이 빠진 잔에 담겨나온 “프리미엄” 커피
어제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센터 원에 있는 코코브루니에 들렀다. 처음 간건데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 몇 가지 종류가 있다길래 ‘프리미엄’인가 이름이 붙은, 가장 비싼 것(4,800원)을 두 잔 시켰다. 곧 벨이 울려 찾으러 가보니 잔 하나의 바닥에 이가 빠진게 보이길래 다른 잔을 일행에게 주었다. 하지만 거의 다 마실때쯤 보니 일행의 잔 또한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내 잔 맞은편 바닥의 이가 빠져 있었다. 나름 프리미엄이라 이름 붙여 파는, 프랜차이즈치고는 비싼 4,800원짜리 커피를 이렇게 이 빠진 잔에 담아내는 심리를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정도 이가 나간 잔이라면 점원 가운데 누군가가 어떤 과정에서든 걸러내 손님에게 나가지 않도록 막아야만 했다. 차라리 주문을 잘못 받거나 하는 실수라면 넘어갈 수 있지만, 이렇게 막을 수 있지만 방관한 종류에는 화가 난다. 늘 나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같은데,커피 두 잔에 만원 가까이 한다면 이런 건 당연히 신경써야 한다. 무신경, 무성의가 우리가 먹는 거지같은 음식의 가장 큰 이유며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카페라면 비단 커피같은 음료 뿐만 아니라 공간을 비롯한 분위기까지 돈 주고 파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이가 빠졌다. 이게 바로 우리가 접하는 음식 문화의 현주소다. 뭔가 반짝거리는 것 같지만 겉치레고, 내용은 없다. 좋은 음식을 팔 생각이 아니라면 다른 것이라도 손님이 내는 돈의 가치에 맞도록 완벽하게 관리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 그래서 손님은 한마디로 호구가 된다. 물론 책임은 호구에게도 있다. 잘못된 점을 가릴 기준이 없으니 권리를 위해 너그럽지 않아야할 지점에서 쓸데없이 너그럽고, 그 정반대의 지점에서 쓸데없이 화를 낸다.
*커피는 의외로 멀쩡했다는 것이 나름의 반전.
# by bluexmas | 2013/05/01 10:59 | Taste | 트랙백 | 덧글(14)
다른 이야기지만 전 코코브루니 저 큰 잔 무거워서 싫더라구요
또 중국이나 대만에선 그릇에 이빨 빠진 것이 수두룩하지만
고급 식당이나 나름 프리미엄을 자부하는 곳에서는 그런 것 굉장히 깐깐합니다.
서양에서도 마찬가지…
아무리 허름한 식당도 그릇은 이빨이 빠져도 컵만은 완벽합니다.
컵 같은 경우는 손이 닿는 때가 많은데 이가 나간 쪽으로 피부도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더 더욱…
(서양이나 중국에서 이빨 빠진 그릇을 용납하는 것은 그 사람들 음식이 그릇을 입에 대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그래요.)
그런 점에서 이가 나간게 아니라 정신이 나간 것일수도…
진상 말고 깐깐한 손님이 아차해서 손이나 입술이라도 베이는 경우에는 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