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식당: 또 다른 선정주의

간단하다. 나는 ‘착한 맛집’ 운운하는 딱지를 매체에서 붙여대는게 싫다. 이유는 물론 많다.

1. 원래 거의 대부분의 음식점은 착해야 하고, 맛집이어야 한다: 이 글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유들을 자세히 보라. 딱히 대단할게 없다. 아니, 그냥 먹는 음식을 만든다는 기준으로 보았을때 딱히 대단할 게 없다. 원래 ‘모든’ 음식점이 착해야 하고 맛집이어야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점은 그래야만 한다. 현실은 반대다. 음식을 팔아서 돈을 버는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음식을 판다. 먹을만한 음식을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음식 장사를 택하거나, 할 줄 알지만 힘들고 귀찮으니까 안한다. 아무도 파란불에 건널목을 건넜다고 ‘우와 진짜 공중도덕과 규범을 잘 지키는 모범 시민이네요?!’라고 칭찬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사회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2. 프로그램의 진짜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순수하게 좋은 여론을 만들어 이끄는 역할을 하면 참 좋겠지만 그게 가능한가? 이런 프로그램에서 착한 식당이라고 딱지 붙여 소개시켜봐야 애초에 좋은 음식 만들 마음 또는 기술이 없는 사람은 안 만든다. 1에서 언급했듯 애초에 그런 노하우 자체가 엄청나게 대단한 것도 아니 하고자 마음 먹었다면 진작에 했을 것이다. 결국 이런 프로그램은 소개된 특정 업소로 사람을 몰리게 만들어 장사 멀쩡하게 잘 하는 곳의 수준도 떨어뜨릴 수 있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아서 착한 식당이라는데 원래 그럴 수 밖에 없다. 손님이 무작정 많이 온다고 좋은게 아닌게, 일정 인력과 기술을 유지해서 운영하는 곳이라면 재료까지 감안했을때 낼 수 있는 매일 소화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당연히 있다. 착한 식당이라고 소개해봐야 안 그런 사람들이 따라하기는커녕 원래 그런 곳으로 사람이 몰려 결국 하향 평준화를 유발한다.

3. 잘못된 지식을 전달한다: 조미료를 안 쓰면 무조건 착한 맛집인가? 조미료 타령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예전에 말했듯 조미료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그것에만 기대는 현실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뺑드빱빠>의 소개를 보니 ‘호밀이 50% 이상 들어간 바게트는 천연 발효종을 이용…’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호밀이나 통밀의 겨에는 효모를 공격하는 효소가 들어 있으므로 일반 효모로는 빵이 잘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산도가 높은 자연 발효종을 써 효소에 맞대응하는게 원리다. 이걸 모르면 ‘우와 천연 발효종을 쓰네 착한 식당(빵집)일세’라고 덮어놓고 칭찬하게 된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천연 발효종 호밀빵을 파는 곳은 착한 식당이라고 부를 수 있다. ‘천 원에 세 개’라고 간판 붙여놓은 빵집 이@바이에서도 천연 발효종을 쓴다던데 그럼 거기도 자동적으로 착한 빵집인가? 가공버터에 천연 발효종을 쓴 빵은 착한 빵인가?

지난달 GQ에 쓴 글에서 매체의 음식 담당 기자 이야기를 했다. 그는 본인의 블로그에 하루에 파스타 일곱 그릇 먹은 이야기를 올렸다. 물론 방법도 틀렸지만 접근 자체도 잘못되었다. 뉴욕 타임즈의 음식 비평 문화를 선망하고 그런 대접을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정통 이탈리아 요리랍시고 파스타만 죽어라 단품으로 내는 문화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착한 식당 한두 군데를 찝어서 칭찬하는 것보다 그 나머지의 아흔 여덟아홉 군데의 안 착한 식당이 그렇게 안 착한 이유를 보다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홍대의 모 카페 건물 재건축에 대해 검색해보니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준비를 못하고 개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는 글을 찾을 수 있었다. 나에게는 동정 또는 두둔으로 읽혔다. 바로 그런게 음식쪽에서는 안 착한 식당이 훨씬 더 많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맛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는데, 거의 대부분의 음식점은 평가에 맛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을 필요조차 없는 음식을 내놓는다. 누군가가 트위터에서 이야기했듯 물기도 제대로 안 뺀 채소를 샐러드에 내는 격이다. 이런 음식은 드레싱의 간이며 산과 기름의 비율, 채소의 싱싱함 같은 걸 채 따져볼 필요도 없는 종류다. 이런 측면에서 어쩌면 음식이 음식답기 위해 지켜야할 최소한의 기본을 따라가는 집을 착한 식당이라고 딱지 붙이는 건, 그로 인해 바뀌지도 못할 현실을 부각시켜 관심을 끌려는 것처럼 보여 나에게는 또 다른 선정주의로 다가온다. 지겹다.

 by bluexmas | 2013/04/01 14:46 | Tast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sp at 2013/04/02 07:15 

1번얘기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한식하시는분들

얼마전에 있었던 일인데 음식주문을 하고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요리를 하는데 대여섯번 음식맛을 보고 양념을 추가하길래 불안불안했는데 역시나 먹기 힘든음식이 나와서 그냥나왔던적이 있습니다 자기도 찔리는지 돈을 다 안받더군요.

황당한건 다시 방문했을때 다시 주문하니 와이프가 없어서 요리는 안된다고 하더군요 하하..

그리고 마감한시간전에 어떤 식당에가서 음식을 주문햇는데 종업원도 아니구 사장이 직접 요리를 하는데 한숨을 푹푹 쉬면서 요리를하더군요 돈내고 눈치보면서 음식먹는느낌이랄까 음식도 대충만들어서 볶아낸고기에서 싸구려 고기잡내가 그대로 귀찮으니 이거저거 생략하고 그냥 낸모양인데 어쨋든 음식점 하는 사람들은 먹을음식을 낸다기보다는 그냥 돈벌기위한 단순노가다로 생각하는거 같습니다. 일기장에 써야할 글인데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4/02 18:56

음식맛을 여러번 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음식을 할 줄 몰라서 그렇다면… OTL 또 가셨다니 너그러우십니다;;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3/04/02 13:32 

음식과 식당에 관해 쓰셨지만, 이 둘을 사회 전반의 다른 부문의 요소들로 치환해도 다 맞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한탄하면 또 그렇게 잘났느냐고 비아냥대고요. 점점 더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4/02 18:57

네 다른 부문이 그러니 음식도 똑같죠. 저도 이런 글 쓰는게 마음 불편합니다. 보통 쓰지 않으려고 미루고 미루다가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Commented at 2013/04/03 05: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04/05 15:49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훌리건스타일 at 2013/04/03 14:47 

제가 볼땐 이0돈 pd가 조미료 먹고 뭔가 잘못됬었다던가 조미료 회사한테 크게 눈탱이 맞은 모양입니다 (…)

착한식당 선정에서 가장 찝찝하게 보는 점이 착한식당으로 지정되도 문제가 없을정도로 양질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칭찬 일색, 음식 먹으면서 ‘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네’, ‘속이 편하네’, ‘그래 이거지’ 하면서 아주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주방안에 조리과정을 살피다가 화학조미료를 사용한다고해서 (그것도 가정에서 사용하는것보다 적은량을..) 착한식당으로 선정하지 못하겠다는걸 보면 참 씁쓸 하더군요. 포커스가 온통 조미료에 맞춰져 있는통에 조미료만 안쓰면 착한식당으로 선정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4/05 15:49

재료에 상관없이 양념을 더하는 우리나라 조리법을 적용했을때 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그것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성격급한 북극의눈물 at 2013/04/12 20:33 

조미료가 조금이라도 첨가되면 준 착한식당이라고 하는것도 좀;;; 그리고 착한식당을 선정하는것이 착한식당이 아닌 식당은 나쁜식당이라고 말하는거 같아서 가끔 좀 불쾌할땐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