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불편한 산책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잔고는 떨어져 가는데 들어오는 일은 없고 쓰는 글은 때로 너무 들이닥쳐 사람을 버겁게 만들고 또 때로 완전히 말라버려 숨넘어가게 만든다. 오늘도 아침부터 온갖 발악을 하다가 뭔가 좀 되려던 찰나 햇볕이 들이닥쳐 잠시 손놓고 나와야만 했다. 남북이 바뀌어 그런지 오후 너덧시 경이면 바로 머리 위로 해가 올라와서 30~45분 동안 모니터를 들여다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시각이면 과감하게 손을 털고 나와 잠깐 바람을 쐰다. 단 일의 흐름이 끊기면 안되므로 두어 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너무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원래 집 근처를 맴도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방산시장에 가서 탈지분유를 한 봉지, 근처 조명가게에서 책상에 놓은 스탠드 전구를 샀다. 청계천을 쭉 따라 을지로까지 와서 지하철을 타고 어디에선가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책상에 불을 못 켜놓아서 집중력이 떨어진 걸까? 전구를 달아놓으니 며칠 동안 몸부림쳤던 것보다는 집중이 훨씬 잘 된다. 다행이다.
세운상가 조금 지나서, 미친듯이 택배받는 어딘가에서 포착했다. 요즘 지나쳤던 순간 가운데 가장 서울 같다. 밝고 어둡고 그 사이로 뿌옇고 흐리며 정신없이 왔다갔다거리는데 또 계절이 봄이랍시고 뭔가 나오려고도 한다. 이 도시가 이렇다. 그래서 좋은데 막상 살려면 그게 또 쉽지 않다. 바라보기에만 좋은 도시가 차라리 낫겠다 싶다.
# by bluexmas | 2013/03/16 00:42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