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방한수트 새우튀김
[나고야] 나고야에선 새우튀김만 먹고 산다 Nagoya Fried Shrimp
잊고 있었는데 트랙백한 글을 보니 작년말 통영에서 먹었던 새우튀김의 악몽이 떠올랐다. 날씨가 추워서 그랬는지 회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아서 잠시 방황하다가 양식하는 새우를 직접 파는 곳이라고 해서 어딘지도 모를 곳을 꾸역꾸역 가보았다. 아무 생각없이 갔으나 생각보다 업장이 커서 놀랐고, 소금은 깔았으나 사실 쪄먹는 것이나 다름없는 새우 “구이”를 보고 충동적으로 앉아 먹고 갈까 잠시 망설였으나 귀찮아서 그냥 만 오천원인가 하는 새우 튀김을 포장해왔다. 튀김이라는게 포장 안에 뚜껑을 닫은채로 두면 김 때문에 금방 눅눅해지니 빨리 모셔야되겠다 싶어 부랴부랴 숙소로 향해 꺼냈으나…
사진은 이러하시다. 맛이 없어서 맛이 없다고 쓰고 그 평가를 뒷받침하는 의견을 쓰면 나한테 직접도 아니고 운영진을 통해 블라인드 처리를 먹이는 이 현실이 무서워서 음식에 대한 글을 써서 밥 벌어 먹고 살겠느냐만(혹 그렇지 않아도 덧글이 많이 달렸는데 ‘아니 왜 답글이 안 달리지’라고 궁금해하실 분이 계시다면- ‘글이 없어졌으니 답글을 달 수가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다)…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트랙백한 원글의 사진과 이 새우튀김을 비교하는 것만으로 내가 꼬투리 잡힐만한 말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래도 몇 마디 더 덧붙이자면, 일단 이 튀김은 옷이 두껍다는 점만으로도 실격이다. 지난 주에 발매된 <Dead Space 3>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 불쌍한 주인공 아이작 클락이 얼음행성 ‘타우 볼란티스’에 막 도착해 고장난 수트로 인한 체온 저하에 허덕이면서 벙커 지하로 내려가 겨울용 수트 갈아입을 곳을 막 찾고 있는 중이다. 이 새우가 바로 그런 형국이다. 직화에 금방 익어버리는 재료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 튀김이지만 옷은 얇을 수록 좋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거의 얼음별에서 찾고 있는 방한 수트 수준으로 두껍다. 이렇게 두꺼우면 피가 두꺼운 포자가 그렇듯 안쪽은 눅눅하고 질척하다. 이런걸 영어로는 ‘bready’하다고 말한다. 빵처럼 두툼하다는 의미다. 사실 튀김이 어려운 건, 옷에 소금간을 하고 재료를 담가 묻히는 과정을 반복하면 글루텐이 발달해 뻣뻣해질 수 밖에 없다.
한편 새우살은 물론 양식하는 걸 자체 판매하지만 자숙, 즉 미리 익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탱글함’도 새우살이 이미 좀 많이 익은 걸 의미하지만, 이건 이미 새우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로 부스러졌다. 귀한 몸이니 보호하기 위해 방한수트 수준의 옷을 입혔고, 또 그 옷이 익은 정도를 감안한다면 생새우살을 튀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뭐 새우살이 생이든 아니든, 블라인드 베이킹을 했든 하지 않았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이 새우튀김이 재론의 여지 전혀 없이 맛없었다는 점이다. 먹을때는 그냥 웃고 말았는데 저 새우튀김을 보니 비교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게 포스팅한다.
# by bluexmas | 2013/02/12 15:11 | Taste | 트랙백 | 덧글(5)
이 사진은 보기만 해도 밥맛이 떨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