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극한 DIY버거
극한 DIY 버거라니 엄청나게 거창해 보이는데 사실 별 거 아니다. 빵 굽고 고기도 직접 갈아 패티 만들고 감자도 튀기고 소스도 만든다. 소를 기르거나 잡거나 정형 및 발골을 하거나, 밀을 길러 제분을 하는 상황도 아니므로 사실 극한 DIY라고 하기는 어렵다. 1년에 한두 번 재미삼아 도전하는 수준이다.
1. 빵
얼마전 글을 올렸던 바로 그 포르투갈 빵. 브리오슈를 쓰는 곳도 있다고 하니 아예 버터를 조금 더 넉넉하게 넣어 좀 더 부드럽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너무 부풀어 올랐다.
2. 패티
몇 가지 원칙을 따라준다:
a. 지방의 최적 비율은 20%다. 담백한 버거는 모순화법이다. 그런 건 없다. 이왕 먹을 거면 패티에서 나오는 기름기가 빵을 촉촉하게 적셔줄 정도는 되어야 한다(너무 지나쳐서 부드러운 빵이 녹아내릴 정도면 곤란하지만). 부티크 버거가 유행하면서 부위나 배합 비율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와 양지, 갈비, 목심(chuck) 등등을 섞는 시도를 많이 하는데, 집에서라면 기름이 적절히 섞인 목심이면 충분하다. 코스트코에서 싸게 파는 걸 사다가 냉동해서 두루두루 쓰는데, 패티에도 잘 맞는다.
b. 간 고기는 손을 가급적 대지 않으며, 소금간을 해서 섞지도 않는다. 고기를 가는 이유는 스테이크처럼 구워서 먹을 정도로 부드럽지 않기 때문이다. 이걸 손으로 많이 치대면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모양을 잡을 때도 손을 많이 타지 않도록 주의한다. 체온 때문에 지방이 녹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 간 고기 전체에 소금간을 하면 미오신 때문에 뭉쳐지므로 역시 고기를 간 의미를 잃는다. 굽기 직전에 표면에만 아주 넉넉하게 뿌려주는게 좋다.
c. 모양을 잡을 때 빵의 크기도 고려해야 한다. 지방이 녹고 수분이 빠지면 크기가 줄어드니까 빵보다 10%는 넓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익으면서 가운데가 솟아오르므로, 언제나 가운데를 살짝 눌러 들어가도록 만든다.
d. 한때 300g 넘는 패티도 만들어 봤고 “수제”버거 집에서 그런 버거들도 많이 내놓는데 반 파운드 이상이면 너무 두툼해서 오히려 먹기 불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차라리 1/4파운드 정도로 지나치게 두껍지 않게 만들어 여러장을 겹치는 편이 더 낫다.
몇 가지 더 늘어놓을 수 있는데 일단 여기까지만.
3. 소스
만들어 두루두루 쓰는 데리야키 소스+구운 파인애플, 레몬 아이올리+토마토의 조합의 두 가지를 만들었다.
4. 프렌치프라이
번역한 책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에도 통글 하나를 할애해 이야기한 것처럼, 프렌치프라이 또한 온갖 방법 또는 비법이 널리 펴져 있다. 이렇게 썰어 튀겨본 건 정말 오랜만인데, 찬 기름에 감자를 넣고 그래도 끓이듯 튀긴다는 조엘 로뷔숑식 레시피를 썼다. 버리기 직전의 기름을 써서 때깔이 좋지는 않다. 제주도 감자 맛있더라.
5. 아예 제대로 먹어보려고, 마침 만들어두었던 아이스크림을 꺼내 밀크셰이크도 만들었다. 4,000칼로리 저녁의 완성.
6. 아, 사진에는 없지만 피클도 직접 만들었다. 촛물에 생강과 레몬을 넣고 팔팔 끓여서 오이에 부으면 된다.
# by bluexmas | 2013/01/14 11:24 | Taste | 트랙백 | 덧글(23)
“아앗! 햄버거가 귀엽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