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삼청동에 갔다

진짜 오랜만의 발걸음이었는데, 갈때만 해도 목적이라는게 있었는데 막상 이르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삼청동은 망각의 땅이란 말인가!

금융연수원 앞에서는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시위를 하고 있고 바로 그 밑에서는 모 연예인이 열었는지 프랜차이즈 카페에 다른 연예인들의 ‘머리 크기 만큼 대박나라’는 내용이 주인 화환의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나는 그 사이 공중화장실에 갈까 길을 건너려니 민중의 지팡이 의경님께서 무단횡단은 안된다며 엄하게 꾸짖으시어 방광이 쪼그라들었다. 이 꼬라지가 딱 우리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2년만에 간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생각했으나 나는 틀렸다. 가로수길, 삼청동, 홍대 모두모두 같은 운명을 겪고 있으니, 꽤 그럴싸한 자동차로 꽉꽉 막히는 길을 꾸역꾸역 비집고 올라와 발레로 차를 대고는 기껏 간다는데가 거기 아니고 어디에라도 있는 곳인 현실은 서글프다. 우리는 모두 다 함께 가해자면서 피해자다. 삼청동에 가면 알 수 있다. 당신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해군기지 반대 시위? 연예인 화환이 줄줄 달린 프랜차이즈 카페? 나는 그냥 화장실이 급해서 무단횡단하려다가 민중의 지팡이에게 혼나는 수준 밖에 안되는 인간이니 그냥 그 자리에 머물란다. 살다보면 정말 화장실보다 중요한게 없으니까.  진짜 방광이 너무 작아서 살 수가 없다. 다음 생에는 방광 큰 인간 아니면 태어나지 않으련다.

 by bluexmas | 2013/01/14 00:17 | Life | 트랙백 | 덧글(20)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3/01/14 00:54 

전 비슷한 시간에 인사동에서 8천원짜리 맹탕커피 마셨습니다. 스타벅스 여직원님, 내일부터 다시 출근도장 찍을게요 ㅠ.ㅠ 주말 서울은 참 갈 데가 없죠..

 Commented at 2013/01/14 00:59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01/14 01:14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01/15 15:20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3/01/14 03:11 

망각의 삼청동…전 백화점이나 수퍼만 가도 망각의 늪에 풍풍 빠져요. ^^; 삼청공원은 올라가볼만한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15 15:21

정작 삼청공원은 올라가본 적이 없네요;;; 어딘지도 모르고 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Commented by cadpel at 2013/01/14 09:36 

삼청동 안 가본지 십 년이 다 되어갑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15 15:22

굳이 가실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삼별초 at 2013/01/14 10:23 

그래서 그나마 사람이 적은 평일에 한번씩 둘러보고 오게 되더군요

분명히 마음 편하게 할려고 하는 여행인데 정작 불편해지는 느낌이 적잖게 드는 경우가 잦아서 그렇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15 15:23

네 평일엔 그나마 좀 낫죠… 그러나 사람이 많은게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 환경인 것이 문제요… 평일에 쉬시는 경우 삼성역, 역삼역 그 동네 뒷골목이 조용하니 좋습니다. 무슨 능이 있는데 명칭이 기억 잘 안나네요. 강남쪽 주택가 뒷골목이 은근 다니기 조용하죠.

 Commented by 불별 at 2013/01/14 10:42 

으어.. 저기 맛 참 없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15 15:23

아이고 뭘 가셨어요 ㅠㅠㅠ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13/01/14 10:47 

빌어먹을 수제비 때문에 주말엔 학교 올라가는게 지옥….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15 15:24

거기에 학교가 있나요? 잘 몰라서요.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13/01/15 23:00

아주 작달막한 대학원이 하나 있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18 10:05

아 그렇군요. 고생 많으십니다…;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3/01/14 19:25 

삼청동은 추억만 간직해야겠군요. 인사동은… 대체 시내에서 나이든 사람이 편히 만날 곳이 이제는 없나요. 이번에도 대부분 거기서 만나는데 ㅠㅠ 홍대도 로렐라이 같은 곳은 이미 다 없어졌을테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15 15:24

그냥 프랜차이즈 커피숍 가운데 중장년층이 많은 곳으로… ㅠㅠㅠ 갈데가 없습니다.

 Commented by Rudvica at 2013/01/14 22:35 

변해가는 삼청동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의 기억마저 퇴색되는 기분이라 서글퍼집니다…

(본적지가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과 청와대 사이의 지금은 공터로 남은 장소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15 15:25

아 그러시군요… 근데 외국도 관광지는 사실 다 저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