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삼청동에 갔다
진짜 오랜만의 발걸음이었는데, 갈때만 해도 목적이라는게 있었는데 막상 이르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삼청동은 망각의 땅이란 말인가!
금융연수원 앞에서는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시위를 하고 있고 바로 그 밑에서는 모 연예인이 열었는지 프랜차이즈 카페에 다른 연예인들의 ‘머리 크기 만큼 대박나라’는 내용이 주인 화환의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나는 그 사이 공중화장실에 갈까 길을 건너려니 민중의 지팡이 의경님께서 무단횡단은 안된다며 엄하게 꾸짖으시어 방광이 쪼그라들었다. 이 꼬라지가 딱 우리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2년만에 간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생각했으나 나는 틀렸다. 가로수길, 삼청동, 홍대 모두모두 같은 운명을 겪고 있으니, 꽤 그럴싸한 자동차로 꽉꽉 막히는 길을 꾸역꾸역 비집고 올라와 발레로 차를 대고는 기껏 간다는데가 거기 아니고 어디에라도 있는 곳인 현실은 서글프다. 우리는 모두 다 함께 가해자면서 피해자다. 삼청동에 가면 알 수 있다. 당신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해군기지 반대 시위? 연예인 화환이 줄줄 달린 프랜차이즈 카페? 나는 그냥 화장실이 급해서 무단횡단하려다가 민중의 지팡이에게 혼나는 수준 밖에 안되는 인간이니 그냥 그 자리에 머물란다. 살다보면 정말 화장실보다 중요한게 없으니까. 진짜 방광이 너무 작아서 살 수가 없다. 다음 생에는 방광 큰 인간 아니면 태어나지 않으련다.
# by bluexmas | 2013/01/14 00:17 | Life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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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마음 편하게 할려고 하는 여행인데 정작 불편해지는 느낌이 적잖게 드는 경우가 잦아서 그렇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