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와 목장갑
운동갔다가 우연히 종편에서 갈비 관련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몇 가지가 거슬렸다.
1. 목장갑의 사용: 갈비로 유명한 방이동의 ‘ㅂ’음식점(어딜까요?! 갈비도 냉면도 유명하다는 집인데 나는 잘 모르겠으니 맛집 빠와블로거님들 도와주세요~)에서 고기만 30년 만졌다는 사람이 나와서 칼집 넣는 시범을 보여주는데 왼손의 장갑이 아무래도 공사장용 목장갑 같아 보였다. 그나마도 볼때는 확실히 목장갑이라고 생각했으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장갑 전문회사에서 음식 전용으로 98% 항균되는 면장갑(맨 아래의 058)을 만든다하여 혹시 그것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어본다(하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식 만지는 곳에서 목장갑 쓰는 경우 많이 보는데, 동의 못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연구소에서 만들었다는 김치를 돈받고 따로 파는 곳이라면, 또 갈비만 30년 만진 전문가라면 목장갑 안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경우 이런 걸 쓴다.
2. 위생복과 조리모의 부재: 포천 이동갈비를 수십년 팔았다는 아줌마-할머니가 나와서 갈비 무치는 걸 보여주는데, 물론 시연이겠지만 조리모도 위생복도 안 입고 대일밴드 붙인 손에 비닐장갑 끼고 방바닥에 앉아서 그러는 건 안 좋아보인다. 호도과자에 대한 글을 쓸 일이 있어 자료 찾다가 원조집에 대한 다큐멘터리 보았는데 3대째라는 아주머니를 비롯한 모든 직원이 그냥 평상복 차림으로 머리에 아무 것도 안 쓰고 열심히 호도과자 포장하고 있더라. 손맛 존중하는데 20년 묵은 간장을 쓴다면서 항아리도 보여준 다음 나오는 양념간장 끓이는 장면에서 꼭지도 안 떼고 껍데기도 안 벗긴, 세로로 반인가 4등분한 파인애플 등등을 넣는 걸 보고 무슨 맛일까 궁금해졌다. 귤 같은 것도 막 넣던데 넣는다고 장땡일까? 99가지 한약재를 넣고 푹 우린 국물!이나 일본에서 가져와 24시간 끓인 소스나 비슷하다.
3. 쫄깃한 갈비?: 1에서 젊은이들이 나와서 ‘갈비가 쫄깃해서 맛있다’라고 말했다.
4. 얇은 고기 직화에 굽기: 전통이라면 전통이고 또 문화라면 문화라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게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얇게 저민 고기를 강한 숯불에 굽는게 맛의 측면에서 고기에 맞는 대접인지 잘 모르겠다. 특히 그렇게 마블링이 화려한 고기라면 그 지방이 녹아나와야 고기가 한결 더 연하고 맛있을텐데 그럴 시간 여유가 있을까? 물론 마이야르 반응도 없고. 게다가 여러 사람이 가서 경쟁적으로 먹게 되어 고기를 불판에서 바로 입으로 가져갈 경우 너무 뜨거워서 맛을 못 느낄 확률도 높다. 등급이 높으면 마블링이 화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갈비라는 부위 자체가 얇게 저며 구웠을때 가장 맛있는 고기인지 확신을 못하겠다. 원래 덩어리인 부위를 얇게 편 다음 그 특유의 ‘다이아몬드’ 칼집까지 넣어야 한다는 건 마블링과 상관없이 그 부위가 구워 먹을만큼 연하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5. 뼈만 붙어 있으면 갈비인가?: 갈비 이야기 쓰는데 갈비 사진을 뭐라고 올려야 할 것 같아서 이 사진을 찾았다. 재작년 가을에 갔다가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아예 글을 쓰지도 않은, 성산동의 그 “갈비”집 고기다. 뼈에는 붙어있지만 정확하게 갈비인지 알쏭달쏭한 고기며, 그 고기를 확 펼쳐서 불을 아예 덮어버리는 굽는 방법, 매장 안에 가득 쌓인 싸구려 마요네즈로 대강 버무린 사과 “사라다” 등등도 모두 그 가격에 내놓을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강남에서도 우리 고기 맛있다고 난린데 이 동네에서는 정작 몰라’, ‘여기는 손님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라는 자부심 쩌는 주인 아저씨는 기억하기로 맨발에 그냥 후줄근한 티셔츠 쪼가리 입고 다니며 환기통도 없는 공간에서 영업을 하더라. 자기 고기가 그렇게 훌륭하면 스스로 격을 좀 맞춰주고 싶지 않을까? 동네에 있는, 그래도 꽤 영업한다는 장어집에서는 그래도 구워주는 아주머니들 티셔츠라도 색깔 맞춰 입혀놓고 일 시킨다.
# by bluexmas | 2013/01/07 00:05 | Taste | 트랙백 | 덧글(13)
사람 먹는건데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위생은 좀 신경썼으면 좋겠습니다.
목장갑의 문제는 목장갑을 쓸때 맨손으로 목장갑을 끼는것(위생에 신경쓰는곳은 깨끗한 목장갑(or 소독기로 처리한것)안에 비닐장갑을 쓰고 합니다)입니다. 목장갑을 끼고 고기를 만지면 육즙, 지방, 피등이 장갑에 묻는대 이개 장갑안의 맨살에 닫지요…어느정도 규모되는곳에서는 장갑처리하는사람만 따로 둘정도로 신경쓰는대 ….그개 아니면 이고기 저고기 다 장갑(안의 맨살에)에 배인 노폐물들로 오염된다는거죠…..
10여년전에도 이런건 알고있는 상황인대…목장갑의 적절한 세척에 주안점으로 행정지도하였던걸로 기억납니다.
2:위생복도 위생복을 입는것보다는 얼마만큼 깔끔하개 위생복관리를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중국처첨 위생복이 일반옷보다 더 더러운경우도 있으니까요….물론 위의 상황은 깔끔한 위생복을 갖춰 입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예전보다 위생복업계가 신경써서 페션(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무의미한 흰색 단색보다는 좋지요..)위생복이 나오니까요…
3: 젊은 사람들은 씹는 맛에 강조를 두고있다고 봐야갰죠….이건 취향의 차이니…
4: 고기를 구워먹는 방법은 개인차가 심하고..업주에 따라 굽는방식이 천차만별이라 뭐라하기는 그렇습니다. 통삼겹살을 과자가 될때까지 굽는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패삼겹살을 육즙이 살짝남을정도로 익히는것을 최고로 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이건 업주의 미각차이일뿐입니다.
5: 성산동 그집은…솔찍히 좋은평가내리기는 그렇습니다…일반적으로 갈비라고 부르는 부분이 계절별, 고기수효별로 나누어지고 갈비와 연관돤 뼈조직을 이용할수도 있으니까요…뼈를 바르는 방향…고기를 써는 뱡향에서 여러가지로 나오나……성산동 그집은…..
일단 고기쪽에서는 큰 문제는 없다고 보여지고 삼겹바르고 남은 뼈에 후지를 식용접착제(녹말입니다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로 붙인것보다는 양심적이라고 생각될뿐입니다…..
다만 예전처럼 특정부위로 따로 만들어 (갈매기, 항정등은 예전에는 그냥 잡육취급받던 부분입니다 이걸 머리써서 먹기좋개 정형하여 당당한 식육부위로 만든것입니다) 그애 맞은 대접을 해줘야 하는개 아닌가…합니다.
2.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어쨌거나 기본적으로는 갖춰 입어야겠지요. 특히 방송에 나오는 상황이라면…
3. 그런 마블링의 갈빗살이 쫄깃하다면 너무 익힌 것이라 생각합니다.
4. 두껍게 굽는 스테이크와 비교할때 효율적인가, 하는 생각입니다.
5. 고기 관련 실무를 하시는 분 같은데,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그 집에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에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국산위생장갑(면제질…비닐제질이 좋기는 한대 상대적으로 습한 우리나라주방이니 기존의 위생장갑(면),+ 1회용비닐장갑(음식용)이 작업하기에는 편할겁니다)도 나왔으니 이쪽으로 흘러가개 유도해야갰죠. 이런걸 티비에서 때려아 하고요…
3: 갈빗살의 살 자체의 탄성일수도 있고..갈빗살(이라고 불리기 원하는)의 부위문제일수도 있습니다.
4:옆에 도우미만 있으면 오히려 좋습니다..빠른시간에 빨리 적절하개 구워낼수 있으니까요…
5: ‘전직’입니다…그냥 동내에서 먹을만하다….이지 지역특산…으로 보기는 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