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까지 하고 만석 닭강정 안 먹은 이유

만석 닭강정에 대한 단상

(사진은 아무런 상관 없는 속초의 곰치국. 먹다가 낚싯바늘이 나와서 식당에서 돈을 안 받았다…)

3년 전인가 여름에 속초에 가서 막국수, 곰치국 등을 먹고, 큰 기대는 없었지만 만석 닭강정도 먹어볼 생각이었다. 혼자 떠난 길이라 한 상자를 다 먹기가 부담스러워, 망설이며 반나절 동안 닭강정집 주변과 시장을 세 번 들락거렸다. 그리고는 마지막 걸음에서 가게 앞에 잔뜩 쌓인 ‘치킨파우더’ 상자를 보고, 생각을 깨끗이 접고 숙소로 돌아왔다. 음식을 평가하는데 여러가지 조건 또는 요소가 있겠지만 제대로 된 맛,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명성의 비결이 미리 배합된 치킨파우더일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몇 대 짬뽕 등등 지방 ‘맛집’ 리스트가 많아서 신문 등에서도 이야기하고 음식 좀 먹으러 다닌다는 블로거들은 무슨 정복 대상처럼 여기는 현실인데, 여행의 풍류 등에서 비롯되는 감정적인 맛(먹는 재미)과 좋은 재료 등에서 나오는 진짜 맛은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런 음식들이 예외없이 맛없는 건 아니지만, 오랜 시간 기다려서 먹을 필요 없거나 그럴 바에는 정말 열심히 만드는 우리 동네 빵집에서 하나 더 팔아주는 게 낫다고 생각될 물건을 내놓는 곳들도 허다하다. ‘여행의 맛’이지 ‘음식의 맛’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가 군산인가에서 짬뽕 먹고 맛없다고 글을 썼더니 온갖 인신공격성 악플이 달리는 걸 보았는데, 트랙백한 쓰레기청소부님 글처럼 사람들이 이런 음식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 약 30년 전, 집에서 손님을 치른다고 요리사를 초빙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소개했던 닭강정은 튀김옷을 안 입힌채로 닭을 튀겨서는 간장, 물엿, 생강 등으로 만든 양념장에 꼬들꼬들해질때가지 조리는 음식이었다. 그 닭강정과 양념치킨이라고 불러야 맞을 것 같은 이 닭강정 사이의 관계가 궁금하다.

 by bluexmas | 2013/01/01 23:34 | Tast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at 2013/01/01 23: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01/02 10:50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손사장 at 2013/01/02 00:04 

저는 현지에서는 아니고 택배로 받은 닭강정 맛을 봤는데요,특별나지 않고 너무 자극적이라서 제 돈 주고는 안 사 먹겠더라구요.

여행의 맛과 음식의 맛…..딱 맞는 말이네요. 딱…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02 10:51

택배로 사먹는 사람들도 많다니 인기의 비결이 뭔지 참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삼별초 at 2013/01/02 07:41 

지역만의 특색이 퇴색된 음식들이 너무 많아졌죠

그런데 이런게 먹히니 줄지는 않고…잘 알고 먹어야 되겠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02 10:51

삼별초님은 음식을 하시니까 ‘치킨파우더’를 이해하시리라…

정말 바닷가 도시에서 왜 하필 닭강정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홍차도둑 at 2013/01/02 15:45 

모 음식만화에서 모 음식짐 주인이 그러한 소문만 보고 가게를 찾는 사람에게 이러한 말을 합니다.

“혀가 머리에 달려있는 멍청이들”

그게 꽤 오래전 만화인데 그 당시에도 그렇지만 제대로 현실을 일갈한 말이라 생각되더군요. 지금은 더더욱 더요.

몇몇 ‘성지’급엔 먼지만한 비판이 달려도 우~ 하고 달라붙는 바퀴벌레떼들이 많은지라요.

물론 이글루도 예외는 아니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03 12:13

지방 “맛집”은 정말 허무한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사실 다시다 같은 걸 많이 써서 맛이 전국통일된 느낌도 받습니다.

 Commented by 정체불명의게이머 at 2013/01/03 22:29

만화에 나온다는 그 대사 들으니 왠지 ‘라면요리왕’ 생각이..

 Commented by 홍차도둑 at 2013/01/03 23:06

정체불명의게이머 님/ 맞습니다. 그 만화나 그 뒤의 후속작이나 인터넷의 맛집에 대한 글들의 이면을 깨는덴 괜찮은 만화더군요

 Commented by 아크로봉봉 at 2013/01/03 03:53 

한국에 있을때 ‘맛집’ 찾아다니는걸 참 좋아했는데, 어느순간부터 안가게 되었습니다.

진짜 ‘맛집’ 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맛집’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bluexmas님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03 12:13

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