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소금 껍데기 대구 통구이
조금만 오래 익혀도 퍽퍽해지는 흰살 생선에 소금 껍데기(crust)를 씌워 통으로 굽는 방식은 유럽 전체에 걸쳐 찾아볼 수 있다. 원리는 오븐속에 또 하나의 오븐을 만드는 셈, 열에 소금이 단단하게 굳어 껍데기를 만들어 수분을 가둬 생선을 촉촉하게 지켜준다. 처음 만드는 걸 보고 그야말로 ‘cool’하다고 생각해서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만 먹은지가 한 7년쯤 되는데, 이제서야 시도해보았다. 아이스크림 만들고 남은 흰자가 냉장고에 주체할 수 없이 많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 만들어봐야만 했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계란 흰자로 머랭을 아주 단단하지 않게 올려 소금을 섞고, 그걸 접시에 올린 생선 위에 해변가에서 모래찜질하듯 올려준 뒤 230도 오븐에 30분 안팎으로 구우면 된다. 10분 정도 두었다가 숟가락 등으로 껍데기를 깨서 살을 발라 먹는다. 영어 레시피에는 코셔 소금을 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없으므로 중간 입자의 천일염과 꽃소금을 반반씩 섞었다. 원래 레시피의 비율로는 내가 쓴 650g 정도의 생대구에 소금 1컵: 계란 흰자 2개분(66g)을 써야 하는데 모자라 보여 소금 껍데기만 두 배(소금 두 컵, 즉 천일염과 꽃소금 각각 한 컵씩: 계란 흰자 4개분)로 늘렸다.
맛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는 솔직히 알 수 없는데, 생선의 배에는 보통 레몬과 타임 등의 허브를 채워준다. 우리나라식이라면 쑥갓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소금껍데기를 쓰는 조리방법의 가장 큰 잠재적 문제점은 생선에서 나오는 물기에 소금이 녹아 생선이 지나치게 짜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막기 위해 생선을 유산지로 한 번 감싸주었으나 어차피 생선에서 물기가 나오므로 정확한 효과는 또한 잘 모르겠다. 수분에 잠긴 바닥쪽 살은 살짝 짠 편이었다.
만들어볼까 레시피를 뒤졌는데 사실 대구를 쓰는 건 하나도 찾지 못했다. 그건 없어서 못쓰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좌우지간 흰살 생선은 다 되니 뭐라도 손에 잡히는대로 써서 만들면 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새우를 구울때 소금을 쓰는 방식과도 비슷하니 사실 어떤 것이라도 구울 수 있기는 하다. 찾아보면 고등어 같은 생선은 물론 감자 같은 것들도 구워 먹는다. 흰살 생선은 아무래도 “담백”해서 소스가 필요한데, 요즘 대구의 경우 간과 이리가 실하므로 그걸 쓰면 된다. 약한 불에 올린 버터에 샬롯과 마늘을 볶은 뒤 핏줄을 걷어낸 간과 이리를 더하고, 닭 육수와 크림을 섞어 약한 불에 좀 끓인 뒤 블렌더로 갈아 체로 거르면 된다. 이리가 엄청 많이 남아 충동적으로 튀김을 만들었으나 한두 쪽 이상 먹기는 어려웠다. 우리나라식이라면 초간장 정도면 적당하겠다. 별 거 아닌데 통으로 생선을 내는게 좀 있어 보이므로 손님 치를때 써먹을만 하다.
# by bluexmas | 2012/12/17 12:02 | Taste | 트랙백 | 덧글(4)
메를루사도 쓰긴 하지만…
은박지에 싸서 소금을 덮어 쒸워 굽던데 그것은 좀 다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