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겁결에 먹어본 라뒤레 마카롱
딱히 별 생각이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엉겁결에 신세계에 들어왔다는 라뒤레 마카롱을 먹어보았다. 다양한 색깔이나 그 색 뒤에 숨어 있는 맛, 머랭을 만들어 짜서 말리는 등 복잡하면서도 조금씩 강조하는 점이 다른 여러 가지 레시피 때문에 이 디저트 또한 본래의 의미나 맛에 비해 과장된 인기를 얻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뭐 그게 이런 종류의 마카롱이 국내 도입되는 원동력이라면 한편 긍정적이겠지만.
바닐라, 블랙커런트, 로즈, 세인트 도밍고 초콜릿(몰라서 찾아봤는데 도미니카 공과국 산 초콜렛을 의미한다고. “Deep earthy flavor. Fragrant tobacco notes. Some beans have delicate red wine and spice notes”라고 설명하고 있다. 출처는 여기.)의 네 가지 맛(개당 3,500)을 먹어보았다(참고로 말하자면 라뒤레 마카롱은 처음이다). 맛의 측면에서는 생각보다 네 가지 모두 지나치게 진하지 않고, 0점에서 오히려 가벼운 느낌이었다. 마카롱의 맛에 ‘자연스럽다’는 형용사를 쓸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 마카롱이라는게 여러개 먹는 디저트는 아닐텐데, 적어도 저 정도는 앉은자리에서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반면 질감(texture)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굵다고 할 수 있는 아몬드의 입자가 끝까지 남아 눅눅하게 씹혔다. 굳이 영어를 쓰자면’grainy’하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마카롱에는 아몬드 가루가 들어가는데, 생 아몬드를 간 것이므로 알갱이가 큰 경우 씹히는 느낌이 좋지 않다. 집에서 간식으로 생 아몬드를 늘 먹는데 딱 그런 식감이었다. 이러한 설정 뒤에는 무엇인가 의도가 있을 가능성도 큰데 먹고 계속 생각해보았지만 아직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는 헤아리지 못했다.
한편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마카롱 특유의 그 ‘쫀득함’에도 나는 의문을 품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껍질의 쫀득함이라는 게 두드러질 때도 있고 또 전혀 없이 가볍게 부스러지며 녹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카롱을 만드는 과정을 놓고 생각하자면 머랭은 기본적으로 공기방울을 불어넣는 역할이라 그 자체로써 쫀득함을 불어넣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설탕을 그대로 넣는지, 아니면 공기를 넣는 단백질의 구조를 조금 더 안정하게 가져가기 위해서 시럽을 끓여 붓는지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 밝혔다시피 이 마카롱은 개당 3,500원이다. 수준이 높은 홍대앞 <마카롱>의 마카롱이 개당 1,700원이니 그 두 배의 가격. 절대 싸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며칠 전에 글을 썼듯 단순하게 밀가루를 뭉쳐 튀긴 슈니발렌이 3,500원이라면 백이면 백, 당연히 이쪽으로 지갑을 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너무 복잡해지니 일단 여기까지만.
*참, 많이 사면 상자에 포장을 해준다고 들었는데 가격을 생각하면 적어도 비닐로 개별 포장해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걸 종이 봉지에 다 함께 담아서 그냥 주는 건 좀…
# by bluexmas | 2012/12/08 12:40 | Taste | 트랙백 | 덧글(23)
매장도 신세계 지하 식품관이 아니라, 2층 명품 매장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더라고요.
아.. 가히 ‘부티크’ 수준히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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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 다니다가 마카롱이 보이면 한번씩 사서 먹어보곤 하는데
어쩜 그렇게 모두 맛이 실망스러운지 싶었어요
저 글처럼 눅진 ! 바로 그거. 겉은 바삭 단단 하기보다는 여리여리하고
바닥쪽으로 갈수록 습한 맛(쫀득이 아닌 불쾌한찐득?)이나서요…
근데 제가 사서 먹어본 마카롱중에 제일 만족했던건
군산에 있는 이성당 이라는 빵집이었어염.
거기가 유명하긴 한데.. 그래도 기대 안하고 먹었는데 꽤 괜찮았던 기억이 나요
이성당은 그 충격과 공포의 이성당인가요? 거기 빵 무섭던데…;;
저도 한번가서 단팥빵과 마카롱만 먹어봤을 뿐이라 ㅋㅋ
어떤게 무섭다는거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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