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고사소요-비판과 인신 공격 사이의 평가
비평이든 평가든 뭐든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상황에는 언제나 조심한다. 자칫 잘못하면 비판이 비난처럼, 또는 한발 더 나아가 인신공격처럼 읽히고 들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읽은 뉴욕 타임즈의, 가이 피에리(푸드네트워크의 간판 가운데 하나인, 거지 같은 잡종 음식을 하는 쿡)의 새 타임스퀘어 레스토랑에 대한 리뷰를 읽고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즐겁게 읽었고 목적도 이해를 하지만, 과연 그 방법이 그 자리에 맞는 올바른 것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김미영 셰프의 새 이태원 레스토랑 <고사소요>에 대한 운을 떼려니 사설이 길었다. 굳이 인신공격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예전 레스토랑 <델 마>에 대한 나의 글이 혹시 그렇게 읽히지는 않을지 오늘날까지도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늘 해왔기에 기고했던 지난 달 <얼루어>에서 제철 해산물 레스토랑을 새로 열었다는 기사를 읽고는 궁금해져 가보게 되었다.
물론 호기심/궁금중의 가장 큰 줄기는 그것이었다. 2년 동안 셰프가 성장했을까? 육류보다는 오히려 해산물이 더 조리하기가 어렵기에, 굳이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을 기치로 내거는 자체가 어쩌면 자신감의 표현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미리 결론을 말하자면, 그날 먹었던 음식만 놓고 보자면 셰프는 오히려 퇴보했다.
그만하면 딱 적당하다는 덩치의 메뉴에서 두 사람이 생선회, 튀김, 그리고 그날만 딱 두 접시 만든다는 전갱이 구이를 주문했다. 양이 많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기에 일단 먹고 배가 덜 찬다면 파스타를 먹을 생각이었다. “무난하다”는 추천에 염두에 둔, 좀 더 드라이한 와인과 아주 심하게 갈등하다가 리즐링을 주문했는데, 일단 이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었다. 향이 그렇게 풍부하지는 않은 가운데 신맛이 적고 단맛이 너무 두드러져 음식과 균형이 맞지 않았던 것. 음식 가운데 단맛이 강한 요소를 지닌 것들이 있는 반면 덜어줄 수도 있는 매운맛이 두드러지는 것들은 없었으므로 과연 이걸 메뉴에 올리는 게 올바른 선택일까 싶은 정도였다.
첫 번째 음식은 “제철” 생선회. 이 한 접시의 음식을 놓고 내가 품었던 의문을 한 번 나열해보겠다.
1. “제철” 생선회가 굳이 광어일 필요가 있는가?
– 광어와 우럭은 생선회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철에 상관없이 먹을 수 있는 생선인 걸 안다.
2. 가뜩이나 “씹는맛”이 훌륭하다 못해 넘치는 광어를 1센티미터도 넘게 썰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 씹어 삼키기가 꽤 어려웠다. 특히 서양 요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선을 이렇게 두껍게 썰 이유가 없다.
3. 위에 얹은 아루굴라는 아주 훨씬 더 가늘게 채쳐야(chiffonade) 해야 하지 않았을까?
– 주연인 광어를 가리고, 너무 두꺼워서 포크로는 집어 들기가 어렵다(물론 젓가락이 있기는 했다).
4. 굳이 비트즙을 쓴 이유가 궁금하다.
-이 광어는 그렇지 않았지만 종종 ‘흙맛’이 나는 것들이 있는데 만약 그랬다면 비트의 ‘흙맛’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엄청났을 것이다. 게다가 자칫 잘못하면 손님들이 ‘피묻은 살’로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단맛이 지나치다.
두 번째 음식은 모듬 튀김. 이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글루스 음식 밸리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튀김을 본 기억이 있다.
세 번째 음식은 전갱이 구이. 딱히 잘 굽지 않은 전갱이는 그렇다 쳐도 왜 굳이 금방 구워 따뜻한 생선 위에 냉장고에서 갓 꺼낸듯 차가운 살사를 얹었는지, 그 의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옆의 워터크레스(맞나?)와 래디시 샐러드와 살사 두 가지를 한꺼번에 내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해서 더더욱 이 살사의 존재가 음식의 미운털 같았다.
여기까지 먹고 나니 파스타까지 먹어야 되겠다는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디저트를 주문했다. 예전 델 마에 대한 글에서 그날 먹었던 디저트의 센스 없음을 문제 삼았기에 더더욱 먹어보고 싶었다. 기본 파나 코타에 과일을 곁들이는데, 그 날은 단감이라고 해서 단감 퓨레 등등을 한 켜 위에 올리는 등 과일을 가공한 무엇인가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냥 단감을 썰어서 얹은 무엇인가가 등장했다. 이 단감은 일단 식감이라는 측면에서 파나 코타(물론 굳기의 정도는 만드는 사람의 선호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정도라면 뻣뻣하다고 할 수 있다. 압구정동의 디저트 카페 <디저트리>에서 제대로 된 굳기, 즉 보다 더 푸딩에 가까운 파나 코타를 먹을 수 있다)와 완벽하게 안 어울리는 조합인데다가 썰어 놓은 모양과 크기가 같이 나온 숟가락으로 퍼먹을 수 없는 상태였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도 껍데기마저 안 벗긴 것이었다. 다 좋은데 단감 껍데기를 안 벗긴채로 먹는 사람이 정말 있는지 그게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레스토랑이 열린 주방을 갖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특히나 이런 경우 손님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셰프와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굉장히 곤혹스러웠다. 계속 반대편을 바라보면서 빠져나왔다.
이 음식을 먹고 지금까지도 고민에 가깝게 생각하고 있다. 재능을 비판한다면 그게 인신공격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가 평가해야만 하는 대상은 궁극적으로 모두 재능이다. 학생은 공부를 잘해야 하고 글쓰는 사람은 글을 잘 써야 하며, 셰프 또는 쿡은 음식을 잘 만들어야 한다. 물론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 그 노력을 투자하는 결정을 내리는 능력도 결국에는 재능의 역할에 들어간다. 여기에서 한 마디를 더 덧붙이면 분명 내가 인신공격을 하고 있노라고 오독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므로 이만 줄이겠다.
사족: 빵의 부재는 꽤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예전 레스토랑에서는 건강을 생각해서 빵을 안 냈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은 튀김도 내고 버거도 내므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물론 파스타도). 물론 이 음식들이 좋은 빵에 대한 기대를 품도록 도와주지는 않았다.
# by bluexmas | 2012/11/22 10:30 | Taste | 트랙백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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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는 어디까지나 써브인 야채를 좀 더 가늘게 썰어서 밑으로 내리고 주 재료인 광어를 돋보이게 했어야 하는데 (광어는 지금이 철이긴 합니다… 사철이 철이라서…)
튀김에는 할 말이 없고…
전갱이 구이에 살사라니… 그것도 뜨거운 구이에 차가운 살사는 정말…
바다의 아들들이 아주 질색할 구성입니다만 또 쉐프의 아트한 시각이 있을테니까…
바다의 아들들이 물에서 나와 잡으러 올까봐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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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회 위에 얹은 붉은 소스같은 것이 비트즙이에요?ㅎㄷ
특히 튀김은……………………………….
(다만, “약 안치고” 잘_ 키운, 생협통해 산_ 껍질이 좀 얇은 단감은요 ^^;;)
그치만 -_- 레스토랑에서는 저렇게 만나고 싶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