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쥐포님 영접 후기와 사이트에 바라는 점
종종 먹는 쥐포는 한 마리에 천원짜리다. 곰소의 단골 건어물상에서 사는데 그냥 비닐포장만 되어 있어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전혀 모른다. 그냥 국산이겠거니, 멀쩡하겠거니 생각하고 사서 먹을 뿐이다.
쥐포 한 마리에 천원이라면 쥐포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끕’인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이 쥐포를 사면 그런 고민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다. 200g에 무려 23,000원이다(400g 할인가 37,000원-_- 할인가가-_-). 제목에서 밝혔듯 이쯤 되면 쥐포 아닌 쥐포’님’이어야만 한다. 싸구려 맥주나 땅콩과 궁합을 맞추려했다간 다시 쥐치로 분리해 꼬리지느러미로 싸대기를 사정없이 때릴 기세다. 여섯장이 들었으니 한 장에 4,000원 조금 못되는 셈이다. 황교익씨가 품질을 보장한다는 사이트 명품식탁에서 파는데 가격을 감안할때 절대 자주 먹을 수 있는 건 못된다. 그저 가격과 품질, 또는 맛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한 번쯤 확인하고 싶어서 산 것 뿐이다. 쥐포를 찢는 손이 떨릴 지경이다.
재료 딱지를 보면 흥미롭다. 쥐치 어육에 소금과 설탕, 그리고 표고버섯 가루를 더했다. 감칠맛을 더하고 싶은데 조미료를 넣지 않은 걸로 마케팅을 하고 싶으니 ‘우마미’가 강한 표고버섯 가루를 더했으리라 추측한다. 맛은 별 것 안 넣은 만큼 조금 더 고급스럽지만 늘 먹던 것과 네 배 비싼 만큼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고 사실 그러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 쥐포를 선택하는 것 또한 명품 가방을 단지 품질로만 선택하지는 않는 논리와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호기심에 한 번 먹어보았지만 이만큼의 투자를 할 종목은 아니므로 또 먹게 될지는 모르겠다. 비싸니 아껴 먹다가 썩힐 것 같아 두려울 정도다. 늘 싸구려일 수 밖에 없는 쥐포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 달콤찝찔한 맛이 이 물건에서도 아주 큰 차이 없이 나타나는데 그 원인이 쥐치라는 생선 자체에 있는 건지 그건 좀 궁금하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깨끗한 편이고, 또 굉장히 두툼하다.
쥐포의 품질이야 그렇다쳐도 이 명품식탁이라는 사이트의 기본 설정과 홍보 방식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일단 너무 조잡하고 쌈마이 분위기가 난다. 그게 요즘 인터넷 쇼핑몰의 경향인지 모르겠지만 ‘^^’와 ‘ㅋ’를 남발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불편하다. 무슨 동네 장사 분위기랄까? 올가 같은 사이트랑 비교해보면 제품 가격에 비해 격이 너무 떨어진다. 이 쥐포를 소개하는 사이트에 가봐도 천연재료로만 맛을 ‘내엇다’라고 써 있는 등 디테일이 떨어진다. 명품 가방 등을 파는 사이트가 한치의 오차도 없는 환경을 조성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듯, 쥐포도 한 장에 사천원 꼴이라면 스스로도 주장하듯 당연히 명품이니 이런 부분은 좀 잘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격차가 통상적인 제품과 너무 크므로, 그런 제품군과 차이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가격을 정당화하려는 일종의 네거티브 마케팅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격 차이가 너무 큰 걸림돌이므로 그런 차이가 새로운 수요층을 끌어낼 수 있을만큼 설득력을 가질까? 비싼게 다 좋지는 않지만, 좋고 그걸 알더라도 못 먹는 경우는 허다하니까.
사실 그보다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맛 칼럼니스트’라는 황교익씨처럼 우리 농산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관여하는 사이트에서도 맛에 대한 기준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옥수수는 담백하다는데, 정말 옥수수가 담백한가? 담백하다는 말을 정말 어느 음식에나 적용해서 햄까지 담백한 현실인데, 옥수수는 차라리 고소하면 고소했지 담백하지 않다. 한편 이건 뭐 전체적인 병폐인데, 과일은 대부분 수치(브릭스)를 내세워 단맛을 강조한다. 물론 수치화해서 보여줄 수 있으니 가장 간편한 홍보수단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단맛만으로 과일의 맛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니 스스로를 명품이라고 자칭하는 사이트에서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 이끄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 by bluexmas | 2012/11/05 17:13 | Taste | 트랙백 | 덧글(6)
무슨 또르띠야 만들 옥수수를 재배했나? 그것도 나름대로 고소하고 단 맛이 나던데…
하여간 요새 슴슴하다는 둥… 담백하다는 둥… 도대체 그 의미가 뭔지나 알고 쓰는 것인지…
근해에 쥐치들이 남획으로 엄청나게 줄면서 쥐치가 잡아 먹던 해파리 불가사리가 늘어나고
그것들이 다시 다른 수산자원들을 먹어치워 근해 어업은 거의 박살이 났었죠.
쥐치는 원래 살이 단단해서 잘 먹던 생선은 아니었고 그나마 한국 일본에서나 좀 먹을 뿐 부드러운 생선살을 좋아하는 중국이나 동남아 사람들은 거의 안먹어서 수산 자원이 좀 남아 있고 당연히 중국 근해나 동남아 특히 베트남 근해에서 쥐치를 많이 잡아 대충 가공 수입합니다만 그 과정에서 더해지는 수많은 화학 물질들이라니…
아마 그런 점을 강조한 모양인데 그래도 맞춤법이라든지 표현 방식은 좀 개선할 필요가 있겠죠.
저희집에도 하나 있는데 아직 먹어보진 않았단(역시 비싸서 먹기가 두려운 ㅋㅋ)
국산 쥐치에 국내생산이면 한 장 사천원 받긴 받아야 할 듯 합니다.
맛차이가 없다면 그건 슬픈 일 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