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의 시간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 비행기를 하루 종일 타고 돌아가는 여정이다. 거리가 귀가의 기쁨을 배가시켜주는 뭐 그런 형국이다. 안 기뻐도 17시간 여행하면 기쁘겠지. 너무 먼 여정이라 심심할까봐 동무를 한 명 급하게 포섭했다. 꽁지에 붙은 딱지에 의하면 ‘Ludwig the Puffin’이라고-_-;;; 퍼핀 인형의 오리지날 디자인이라던데 서있게 만들려고 발을 너무 뻥튀긴듯한 느낌이다. 워너브러더스 만화 같은데서 발을 망치나 모루에 찍혀 부어오른 뭐 그런 형국이랄까…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잘 쉬었다. 뭔가를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거의 시달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여행은 진짜 휴가라고 해도 되겠다. 건성인 피부를 감안할때 블루라군 또한 바닷물인지 알았더라면(거의 아무 생각없이 갔다) 아마 안 갔을 것이다. 어딘가에 알바알토 디자인의 건물이 있다고도 들었는데 거기에도 가지 않았다(아직도 그게 뭔지 모른다). 모든게 다 3km이내에 있어서 버스 한 번 타지 않고 그냥 걸어다녔다. 박물관이니 미술관도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서너시간 돌아다니다가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거나, 아니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채 멍때렸다. 그럴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시간이었다. 좀 더 열심히 찾으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먹을게 솔직히 마땅치 않고, 후추도 없이 소금과 라임즙만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에도 진즉 물렸다. 원래 내 음식이 신통치 않기도 하지만(게다가 이 동네는 대부분 온실에서 키워서 그런지 맛이 깨끗한 반면 너무 힘이 없다).
암스테르담에서 너덧시간 남아서, 이번에는 시내에 들어가볼까 한다. 이왕 가는거 그 동네 레스토랑에 들러볼까 찾아봤는데 전부 역에서 멀어 동선을 고려하느라 전전긍긍하던 차, 찾은 레스토랑들 100%가 월요일에는 쉰다는 걸 알고 오히려 감사의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캬비크도 비가 내리는데 암스테르담도 마찬가지라니, 날씨가 지나치게 궂으면 그냥 공항에 쳐박혀 있기로 마음을 바꿔 먹을지도 모르겠다.
# by bluexmas | 2012/09/24 08:44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