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과 상실의 계절

어제는 집에 오자마자 쓰러지고는 새벽 세 시쯤 일어나 일을 시작했는데, 너무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나머지 새벽에 심각한 멘붕이 찾아왔다. 마우스를 거의 모니터에 집어 던질 뻔하다가 간신히 이성을 찾아, 꾹꾹 눌러가며 실마리를 찾아 간신히 간신히 일을 끝냈다. 그래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름 안쪽으로 꽤 깊이 들어온 기분인데, 사실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조차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다. 물론 기억하면 고통스러울까봐 어디에선가 막아버려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 구경을 하고서는 잠시 감회에 젖었다. 그와 동시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은 상황이며 사람만 바뀔 뿐이지 언제나 들어왔던 이야기이므로 당황스러우면서 동시에 덤덤했다. 이해가 딱히 의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려운 일이므로. 농담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이해할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으므로(무엇인가 인정하면 지는 분위기).

아까는 지하철에서 꽤 유명한 사람의 트윗에 반응하고는, 불과 몇 초만에 ‘이건 열폭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도 열폭을 만만치 않은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지만, 늦어도 마흔부터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여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그 끝에서 냉동실에 쟁여둔 담배나 한 대 깊이 빨았으면 좋겠다.

여름 냄새 물씬 나는 탐스 두 종류를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사지도 않고 열심히 고민하는 사이 이미 한 종류는 팔린 듯 매장을 지나치며 찾아보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사는 거 자체가 그냥 상실의 계절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전혀 상관도 없이.

 by bluexmas | 2012/07/17 21:41 | Lif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애쉬 at 2012/07/18 01:26 

멘붕 스러운 나날들인데 왜 블루크리스마스님은 점점 더 치명적인 매력의 숫컷으로 변해가시는지…(말하고 맞을라;;;)

애쉬는 마우스 버튼이 망가져서 왼쪽잡이용 설정으로 쓰고 있습니다. 사러 나가야되는데….

 Commented at 2012/07/1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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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at 2012/07/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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