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자허토르테-꼬마 버젼

이글루스 음식 밸리에 뜬금없이 자허토르테 바람이 불길래 어리둥절했다. 국내 입점된 초콜릿 브랜드 가운데서도 레더라는 딱히 훌륭하다고 할만한 종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월간 조선 연재 <맛있는 상식>을 위해 시식했던 초콜릿 정리 포스팅 링크).

어쨌든 확인하고 싶어 지난 주에 한 번 먹으러 들러보았다. 아몬디에에 비슷한 초콜릿 케이크-라즈베리 잼 등등을 쓴-가 하나 있는데 같은 가격이라면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해해볼까 레시피를 뒤져 한 번 만들어보았다.

사실 이야기가 딸려있어 그렇지 자허토르테는 엄청난 케이크도 아니고, 또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맛의 균형이 아주 잘 맞는다고도 할 수도 없다. 레시피를 따르자면 아몬드를 구워서 갈아 써야 되는데 마침 아몬드가 똑 떨어진데다가 냉동실에 천만년 묵은 아몬드 가루가 있어 그걸 썼다. 원래 크게 만들어 살구잼 듬뿍 발라야 제맛인데 그래봐야 처치도 곤란하고 자르기도 귀찮아 궁리 끝에 컵케이크 만든다 생각하고 머핀 팬에 부었다. 덕분에 윗부분이 터지면서 바삭해진 건 맛으로 따지면 +지만 케이크의 정통성을 감안하면 -다.  어쨌든 그냥도 먹을만한 케이크를 반으로 갈라 살구잼을 바르고 간단하게 가나슈를 만들어 글레이즈 삼았다. 아몬드를 옆에 바르라는데 없을 뿐더러 귀찮아서 이쯤에서 멈췄다. 컵케이크로 만든다면 차라리 잼을 반죽에 넣어 굽고 글레이즈 대신 프로스팅을 올리는 편이 나을것 같다. 레시피는 조정을 좀 한 거라 무겁지 않은 편.

보시다시피 ‘black-on-black’이라 만들어도 태가 잘 안 나다 못해 오염괴수 헤도라 사촌 또는 아까 본 프로메테우스-어휴 마이크 파스벤더 연기하고는;;;-의 검정 액체 같아보이기까지 한다. 레시피도 복잡하지 않아 전부 한 시간이면 만들어 끝을 볼 수 있다. 다음에는 크게 만들어 한 판 잘라볼까 생각 중이다. 어쨌든 한 쪽에 6,000원, 한 판에 35,000원이라면 음식 관심 있는 사람은 그냥 만들어 냉동실에 두고 먹는게 더 행복할 듯?

 by bluexmas | 2012/06/11 00:09 | Tast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Bewitcher at 2012/06/11 00:13 

저도 레더라에서 먹고 후회한 사람중 한명! 별로였어요. 아띠제의 자허토르테는 어떨지 다음에 먹어볼 생각입니다. 일단 단면은 괜찮아 보이더라구요.

 Commented by renaine at 2012/06/11 00:16 

일본에서이긴 하지만 Demel의 자허토르테를 먹어봤는데, 저는 같은 가게의 무스 케이크 쪽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무거운 것보다는 가벼운 식감이 좋아서… 아프리콧을 좋아해서 가끔 먹긴 하지만요 🙂 bluexmas님이 구운 것도 먹어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used-P at 2012/06/11 12:51

데멜에서 몽블랑 맛있게 먹었었는데 아직도 팝니까?

 Commented by 별일없이산다 at 2012/06/11 02:25 

마지막 문장을 보니 동기부여가 팍팍 되네요(…) 뉴욕가서 사먹으면 한조각에 9불이라 ㅜㅜ 당연한 얘기지만 초콜렛이 좋은 게 관건이겠군요.

…근데 6천원에 팔면서 휘핑크림도 안주나요;;;

 Commented by Ji Lee at 2012/06/11 03:43 

오..맛이 궁금해지네요.

 Commented by 세츠 at 2012/06/11 11:09 

저도 이거 맛이 굉장히 궁금했는데 말예용!

막.. 레전드급- 중독될 수밖에 없는 초특급 울트라 마력의 케이크로 환상을 품고 있었습니;;다-_-;

직접 만들어보셨다니 대단~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2/06/11 11:19 

아~ 배고프네요..ㅠㅠ;;

 Commented by Sran at 2012/06/11 18:58 

아, 동글동글한게 귀여워요~ ^^

자허토르테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맛이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욜랴 at 2012/06/12 21:05 

자허에서 먹어보고 그리워하다가 직장근처 아띠제에서도 먹어봤는데 그럭저럭 비슷하더군요.

빈의 자허 토르테도 바로 먹자마자 ‘어머 천국이야’ 이런 느낌까지는 아니었어요. 초코맛이 진하다 못해 시큼한 느낌까지 있었고, 그런 느낌을 중화시키기 위해 설탕을 넣지 않은 크림을 같이 곁들여 먹는건데.. 그리웠던걸 생각하면 여행의 추억때문인지 맛때문인지는 확실하지가 않군요.

국내 베이커리에선 크림은 제공 안하나봐요- 아띠제에서도 크림은 제공하지 않았거든요.

 Commented at 2012/06/1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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