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테라플루 덕분인지, 순댓국 덕분인지 그도 아니면 그 둘 모두 덕분인지, 어제 새벽 다섯 시쯤 비교적 멀쩡하게 일어나 전남 구례로 출장을 다녀왔다. 네 시간 반쯤 달려가서 여섯 시간 정도 서 있다가 다시 다섯 시간 조금 넘게 운전해 돌아오는, 긴 하루였다. 나름 굉장히 의미있는 취재였는데, 믿거나 말거나 프리랜서 생활 2년 6개월여만에 처음으로 원고료 이외의 경비 지출을 지원받는, 아니 받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갈 엄두를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기름값과 고속도로 통행료만으로도 원고료에 맞먹는 금액이 나올테니까. 아마 작년 이맘때쯤이라면, 아니 후반기쯤까지라도 그냥, 좋은 기사 한 편 쓸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하지 못한다. 아니, 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한 다음 쓰기로 하자. 이유를 말하는데는 생각이 더 필요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이대로라면 나에겐 어떤 측면에서도 미래가 없다.
진주가 가까워 들르고 싶었으나 일행이 빨리 올라와야 해서 다음을 기약했다.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라면 생각이 간절해 오징어 짬뽕을 사다가 말린 새우와 홍합, 달래까지 넣어 사치스럽게 끓여서는 맥주 안주 삼아 먹고 그대로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이번 봄엔 이상하게도 공기의 입자가 무척 거칠게 다가온다. 여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잠이 다 달아난다. 바로 지금 그렇다.
# by bluexmas | 2012/04/29 01:07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