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차함의 삼단 변태, 윈도우 베이커리, 배틀십, 제임스 헷필드

1. 구차함의 삼단 변태

1) 가벼운 구차함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에게 얘기함으로써 어느 정도 부담을 덜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보는 사람한테마다 이야기를 한다. 이 시기에는 주로 같은 종류의 구차함을 사람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늘어놓는다.

2) 그러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가벼워지지 않는다는 삶 또는 현실의 냉혹함을 혼자하는 귀가길마다 재삼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하고, 조금씩 스스로의 구차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혹시라도 스스로의 동어반복에 죄책감을 느끼나 싶어 각각의 사람들의 성별과 나이, 주거지역과 정치적 성향 등등을 진지하게 고려한 구차함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처음 며칠 동안은 상황이 호전되는 것처럼 느끼지만 곧 혼자하는 귀가길마다 현실 또는 삶의 냉혹함을 재사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3) 구차함을 말해서 덜기는커녕 현존하는 구차함 위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을 결국 또 다시 깨닫고는 구차함을 말하려는 스스로의 모습에 구차함을 더욱더 진하게 느껴 결국 입을 닫아 버린다. 구차함의 단단한 껍데기를 뒤집어 쓴 진정한 구차함이 새롭게 탄생해 등에 올라앉는다; 그 구차함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결국 사람들을 만나지 않게 된다.

1-1. 나는 지금 어느 단계에 주저앉아 있나. 님은 어떠신지요.

2. ‘윈도우 베이커리’가 되고 싶어하는 열망을 진하게 풍기는 어느 빵집에 들렀다. 예상했던 것처럼 사고 싶은 게 없었는데 그래도 먹어봐야 할 것 같아 <통밀빵>이라고 이름 붙은 걸 달라고 했다. 계산을 하며 ‘그런데 통밀은 몇 퍼센트나 들어갔나요?’라고 물으니 ‘잘 모르겠는데요 베이킹팀이 퇴근해서’라는 대답을 들었다. 윈도우 베이커리의 제 1 조건은 큰 창문인가요?

2-1. 아, 이런 얘기하면 베이글 세로로 잘라내온게 이상하다는 얘기를 이상하게 받아들이시는 커뮤니티에서 또 비웃으시겠구나. 말조심해야겠네;;; 그 글이랑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아니 그럼, 식빵을 세로로 길게 잘라서 먹나요?’

3. 홍대에서 집까지 걸어왔다. 이번에는 성산대교까지 북단으로 걷다가 다리를 건넜는데 이 길이 훨씬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양화대교는 공사중이라 구불구불하니 돌아가야 되는데다가 좁은데 라이트도 헬멧도 아무 것도 없는 대신 빠르게 질주할 줄 아는 자전거족들이 너무 열심히들 달리셔서 안전보장이 되지 않는다. 달리는 자전거와 사람이 충돌, 그 반동으로 누군가가 다리에서 떨어지는 상상을 한다면 내가 너무 제정신이 아닌 건가?

4. 화해도 용서도 모두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지도 받고 싶지도 않다.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둘은 모두 원인이 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전제 아래 이루어져야 되는데 그게 되나? 난 안 된다.

5. 배틀십: 리암 니슨이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나왔더라면 B급이 될 수도 있었는데 외계 전투기? 전투함? 의 방어벽 때문에 앞뒤에만 출연하셔서 C급이 되고만 영화. 재미도 없는데 긴 영화는 최악. 하스보로가 제작했다고 해서 난 정말 지구편이든 외계편이든 뭔가가 합체 변신할 줄 알았다.

5-1. 외계의 적과 싸우는 영화들 가운데 그 외계인의 실체를 드러내면 ㅈㅁ이 보장되는 경우를 꽤 많이 보았는데… 배틀십의 외계인을 보고 난 왜 메탈리카의 제임스 헷필드 생각을 했을까?

 by bluexmas | 2012/04/25 02:37 | Lif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at 2012/04/25 03: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26 23:02

네, 근데 정말 입 다물고 있기 어렵지요? 늘 느낍니다…

 Commented at 2012/04/25 08:2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26 23:02

어 이사온지 딱 1년 지났는데;

 Commented by Maria at 2012/04/27 08:43

제가 죄송합니다 ㅎㅎㅎㅎㅎ

 Commented by settler at 2012/04/25 12:17 

사람 만나 말 많이 하고 혼자 돌아서 집에 갈 때면 혼백을 어디다 놓고 오는 기분

아무도 안 시켜도 혼자 떠들어 놓고 괜히 바닥 드러난 것 같아 정체를 봐 버린 죄 없는 상대도

얄밉고 그래요

구차함의 3단계설 동감+지지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26 23:03

네 아무도 아무 말하지 않아도 싫은 그 기분이랄까요…

새로 들여놓은 테이블 멋집니다. 커피 테이블 놓고 싶은 공간 없는 저희 집 ㅠㅠ

 Commented by 나는고양이 at 2012/04/28 00:30 

아.. 이렇게 구구절절 와닿는 글이라뇨. 힘들고 지치니까 털어놓으면 기분이 좋아지겠거니 하는데 돌아오는 길에 늘 괜한 소리를 한 건 아닌가 하고 후회하고 자괴감에 빠져요. 벽을 보고 이야기하면 좀 좋아지려나요. 동감 버튼이 없어 아쉽습니다. 흑.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5/03 12:10

대나무숲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