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울 자리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 주변인으로 머무를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인지의 여부를 가능한 빠르게 판단해서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각자가 설정한 누울 자리 또한 웬만하면 적당한 수준에서 겹치는 것이 좋다. 만약 처음에는 겹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그렇지 않은 조짐이 보인다면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서 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가 구차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나이를 먹을 수록 주변인들은 많아지지만 그만큼 중심부의 밀도는 낮아진다. 질보다 양이라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꾸려 나가기도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의무가 되어간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다. 그 중심부의 관계도 명목상 그렇지만 실제로는 주변인보다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냥 뭉뚱그려 혈연, 학연, 지연이라고 말하고 넘어가겠다. 그러한 정황을 종합해 가장 현실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내 나이쯤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연애를 염두에 둔 남녀관계-이것 또한 종내에는…-가 아닌 이상 거의 100% 주변인에 머무르게 된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리고 그게 서로를 위해 좋다. 철이 없는 인간이다보니 가끔 그걸 망각한다. 아니면 그럴 의도가 전혀 아닌데 그런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제스처를 취할 때도 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종류의 오해나 착각이라면 빚어내는 사람도 기분이 괜찮을텐데 사실 오해나 착각의 본성이 그런 것이 아니잖나. 어떤 관계를 놓고 ‘나빠진 건가?’라고 고민을 하는 경우를 종종 피할 수 없는데, 따지고 보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원래 그런, 또 그래야만 하는 것들일 뿐. 누군가가 보여주는 제스처에 나도 착각할 수 있지만, 정말 현실을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럴리가 없어야만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이치가 맞으니까.
언제나 망설이지만, 어떤 물은 건너야만 한다.
# by bluexmas | 2012/04/20 00:01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