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밟은 하루

아니, 진짜로 똥을 밟았다는 이야기다. 재수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물론 재수도 좀 없었다.

1. 며칠 뒤 내 생일이라고 가족 모임을 하시겠다는 부모님의 명을 받들어 나가기 전, 급하게 설겆이를 하다가 칼을 놓쳐 오른손 약지를 끝을 살짝 잘라냈다. 대부분 손톱이었지만 좀 그렇잖나.

2. 가끔 수아브 카라멜을 사다드렸는데 좋아하시길래 꾸역꾸역 걸어갔으나 임시휴일-차선인 마카롱은 정기휴일-차차선인 폴앤폴리나는 크루아상 및 뺑 오 쇼콜라 안 만듦-결국 차차차선인 하라도너츠에 들러 ‘진열장에 있는거 한 종류씩 다 싸주세요’를 시전, 급하게 들고 나왔으나,

3. 이미 늦어 그 NB 건너편의 레코드 가게 앞에서 앞만 보고 정신없이 잰걸음으로 걸어가다가 진짜 똥을 밟았다. 미끄러졌으면 얼마나 큰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못했… 아무도 없는 곳에 숨어 흔적이 남지 않을때까지 닦으라 진짜 개고생했다. 개똥이었을테니 개고생해야 격도 운도 맞지? ㅠㅠ

4. 그래서 30분이나 늦었다는 슬픈 이야기. 아아 나 오늘 진짜진짜 슬펐다.

하루의 나머지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데 어쨌든 이후 커피 네 잔 마시고 명동에 잠깐 나갔다가 취천루 만두를 사먹고는 그 둘이 불러 일으킨 효과에 거의 토할뻔했으나 간신히 진정하고, 정말 똥밟은 하루였으나 그나마 오늘이 생일이 아니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이야기. 그런 측면에서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음.

 by bluexmas | 2012/03/27 02:03 | Lif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2/03/27 08:11 

이런날은 로또를 사시는겁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03 00:56

생전 사 본 적이 없습니다…

 Commented by 나녹 at 2012/03/27 09:09 

커피 네 잔에 만두는 좀 난폭하네요; 고생하셨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03 00:56

삶이 고생… ㅠㅠ

 Commented by black at 2012/03/27 10:47 

2. 마카롱을 한번 가 보려고 벼르다가,

어제 친구랑 가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가기 전에 먼저 전화해보고 가려했으나

거긴 아무리 찾아도 전화번호가 없더라고요.

여튼 가보니 정기휴일. ^_^…. 같은 상황을 겪으셨네요.

 Commented by 사쿠란보 at 2012/03/27 11:31 

고생하셨으나 분명 어딘가의 액땜일거라 생각하심이….;-)

생일, 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sf_girl at 2012/03/27 11:46 

저도 생일 미리 축하드려요. 같은 양자리로군요.

 Commented by 나는고양이 at 2012/03/27 20:27 

마지막 말씀에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나네요. 미리 생일 축하 드립니다!

 Commented at 2012/03/27 22: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2/03/29 23:12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