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앤콜(Fell+Cole)-맛보다 아쉬운 식감의 아이스크림
펠앤콜의 아이스크림을 이제 한 열 번 정도 먹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먹은 건 지난 토요일의 깻잎 아이스크림. 이름과는 달리 깻잎향이 거의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야기했더니 ‘손님들이 너무 강하다고 해서 깻잎의 양을 줄였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내가 먹은 건 깻잎아이스크림이라고 하기 뭐할 정도로 향이 없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지금까지 펠앤콜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느껴왔던 점을 압축한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펠앤콜이 문을 연지가 한 반 년쯤은 된 것 같다. 그 정도라면 가게가 안정세에 접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안정세를 아이스크림의 측면에서 따져본다면 맛과 식감으로 나눌 수 있다. 맛의 측면에서 펠앤콜은 아직도 실험 중인 것으로 보인다. 갈 때마다 새로운 맛들이 적어도 한두 가지는 있다. 좋게 말하면 계속해서 시도하고 또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 반해 식감은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소위 말하는 ‘수제’ 아이스크림이라고 하기에는 일단 밀도가 너무 낮고 아이스크림마다의 전반적인 식감 또한 균일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제는 ‘파코젯’ 같은 기계로 재료를 덩어리로 얼린 뒤 아주 곱게 가는 방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기도 하지만, 원래는 차게 식힌 원액을 저어 얼리는 동시에 공기를 불어넣어 만든다. 공기를 얼마나 불어넣느냐에 따라 식감이 달라지는데, 수퍼마켓에서 파는 아이스크림들이 부드러운 이유는 증점제 등의 역할도 있지만 공기를 많이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이를 ‘오버런(overrun)’이라고 하는데 100%라면 원액의 두 배 부피가 된다는 이야기다. 내가 집에서 쓰는 기계는 너무 싸구려라 저어주는 속도가 느리고 따라서 아이스크림의 밀도가 꽤 높다. 보통 아이스크림은 처음 저어 낸 다음 다시 냉장고에서 단단하게 얼려야 우리가 먹는 상태가 되는데, 이를 얼마나 빨리 얼리는지에 따라서도 식감이나 수분의 ‘결정화’가 차이난다. 종종 아이스크림이 너무 ‘icy’하다는 평가를 내리는데 이는 얼음 결정이 생겨 서걱서걱한 느낌의 입자가 있다는 이야기고 부정적인 상태다. 대량생산 아이스크림보다 이런 종류의 아이스크림은 밀도가 높으면서도 부드러워야 하는데, 펠앤콜의 아이스크림은 대체로 밀도가 낮고 입자가 균일하지 않다. 기억하기로 ‘icy’한 상황도 있었다. 나는 이를 기계적인 문제로 본다. 물론 원액의 조리나 숙성 등등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그렇다. 문을 열고 이만큼의 시간이 지났다면 이제 맛에 대한 ‘실험’보다 식감의 상태를 개선하는데 더 투자하는 걸 보고 싶다. 물론 내가 먹었던 열 가지 가운데서는 그 맛의 조합 자체가 딱히 설득력 없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럭저럭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어쨌든, 그만큼 이런저런 맛의 변화를 시도해보았다면 반응이 좋거나 잘 만들 수 있는 것들로만 추려 만들면서 일정 기한(보름/한 달 등)에 한 번씩 한 두가지를 ‘로테이션’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냥 바닐라며 초콜릿, 이렇게 단순하며 ‘클래식’한 아이스크림들도 잘 만들면 맛있다. 식감 쪽으로 조금 더 개선을 해서 그런 클래식한 맛들을 재조명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빵도 바게트니 이런 기본 빵도 잘 못 만들면서 팥 넣고 견과류 넣고 해봐야 맛없는 건 마찬가지인 것처럼, 아이스크림에게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예전에 올린 적 있지만, 지난 미 서부 여행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 두 종류. 혹시 입자의 상태를 구분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버클리의 ‘아이시(ici)’.
샌프란시스코의 ‘스미튼 아이스크림(Smitten Ice Cream).’ 액체질소로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그리고 Fell과 Cole은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파크 바로 앞에서 교차하는 두 길의 이름이다. 주인장이 살던 동네라고.
# by bluexmas | 2012/03/07 15:22 | Taste | 트랙백 | 덧글(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