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벽에 간신히 잠들었다가 정오가 되기 전 깨어났다. 그 사이에 겉은 푸석하지만 속은 끈적한 꿈을 꾸었다. 튀김에 대한 원고를 쓸 생각이어서 그랬나-하지만 튀김의 경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그러니까 실로 잘못된 튀김 같은 옛날 일에 대한 꿈을 꾸었던 것 같다. 메일을 받고는 다시 잠들지 못했다. 사실 다시 잠들어서는 안될 상황이기도 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뭐 그리 썩 잘못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그런 일들이라는 것이 사실 지극히 결과주의적 아니던가(‘-주의’,”-적’ 따위의 표현 둘 다 싫어하는데 겹쳐서 쓰고 있다;;;).
해병대 출신인데다가 직접 개조해서 ‘툭 밟으면 120’ 나온다는 택시를 탔다. 아닌게 아니라 승차감이 좋아 즐겁게 탔는데 나중에 볼일 다 보고 커피를 마시러 오니 지갑이 없음을 깨달았다. 정확하게 거기에서 없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리 사이에 세워놓고 있던 가방이 중간에 쓰러졌었다. 내릴때 확인했던 것도 같은데…잘 모르겠다. 언젠가 지갑을 잃어버린 뒤 새 지갑을 사지 않고 그냥 옛날 지갑 두 개에 이것저것 나눠 가지고 다녔다. 작은 지갑에는 늘 쓰는 카드와 약간의 현금, 큰 지갑에는 다른 카드와 많은 현금, 그리고 운전면허증이 들어있다. 오늘은 후자를 잃어버렸다. 커피를 마시고 계산할때 가방에서 찾을 수 없어 잃어버렸음을 직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 가방에 두 지갑이 모두 들어있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돌아와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어째 꿈때문이기도 하고 좀 얼떨떨한 상태로 돌아다녔는데 그 탈이 이렇게 난 셈. 많은 것을 얻었다고 좋아하면 꼭 잃는게 생긴다. 그래서 뭔가 조금 더 얻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가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기억을 떠올리게 되어 그걸 곱씹으며 반나절을 보냈다. 마침 그 짝퉁지갑도 그 뼈대만 남은 기억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제 거의 다 사라졌지만 그래도 남은 것들이 종종 갑툭튀 전경으로 부각된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늦은 밤에 운동을 다녀왔다. 기분이 좀 나아졌다. 사실 꼭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기는 했다. 아무래도 지갑은 하나 사기는 해야 되겠다.
# by bluexmas | 2012/02/22 01:29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