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잘 가는 바의 막내 바텐더가 군입대로 쉬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에 있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듯한 남자 손님이 술을 좀 열심히 마신 아우라를 풍기며 ‘남자는 군대를 가야 사람’ 운운하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뭐 방위도 안되고 공익도 안되고 어쩌구저쩌구.
믿거나 말거나 비만으로 4급 받아서 상근예비역가는 줄 알았는데 엉겁결에 현역 갔다온 사람이기는 하지만 남자는 군대에 가야 사람된다는 말 안 믿는다. 그냥 단순하게 군대에 갔다 나와서 된다는 그 사람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믿음이 없다. 이미 오래전의 일이지만 군대 이후의 내가 딱히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도 안 든다. 인간이 만들어지는 방법이며 세월이 얼만데 그 2년 안팎의 세월에 수많은 것을 책임지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일종의 정당화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한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간다고 생각하고 그 현실 자체에 불만을 가지고 싶지는 않다. 그것도 단순하게 불만을 가지면 힘들 것 같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것이랄까.
같은 맥락에서 나는 갔는데 누군가는 못갔다고 미친 듯이 억울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거기까지 생각하면 짜증나서 살기 힘드니까. 대부분 가야 하고 또 갈 수 있지만 못 가는 사람도 있다. 하긴, 덕분에 사회 진출 늦어서 버는 돈에 차이가 생기는 상황이라면 짜증나는 구석도 있겠지. 물론 군대 안 간다고 사회 진출 빨라서 모두가 돈 많이 버느냐면 그것도 또 아니겠지만…
어쨌든 밑도 끝도 없이 ‘어 군대 갔다와야 사람되고 무조건 현역’과 같은 생각에는 별로 동의 안 한다는 얘기. 그것도 어찌 보면 희생이니 가치를 유무형적으로 인정받아야 하겠지만 굳이 그 형태가 사람 되었다 안 되었다의 인간성(?)에 대한 평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오오 민감한 얘기를 갑자기 생각나서 쓰려니 손발이 막 떨리네…
# by bluexmas | 2012/02/18 02:54 | Life | 트랙백 | 덧글(9)
군대 다녀와야 사람이다, 라는 말은 군대 다녀온 저도 전혀 공감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