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긴 마이어 레몬 파이
마이어 레몬(Meyer Lemon)은 밀감(Mandarin Orange) 또는 오렌지와 레몬의 교배종이다. 생긴건 레몬인데 껍질이 얇으면서 부드럽고 매끈 한 것이 귤 같고, 속살도 생긴 게 꼭 귤 같다. 즙은 레몬보다 조금 덜 시고, 미네랄 향이 두드러진다고 표현할 수 있는(?) 특유의 껍질 냄새가 있다. 중국이 원산지인데 앨리스 워터스가 쓰기 시작해서 널리 알려졌다는 이야기 있다. 신맛이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으므로 먹으면 그냥 먹을 수도 있는데(먹기도 했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고민하다가 커드를 만들어서 파이를 구웠다. 에클레어에 넣는 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았지만 안 만들어본지가 수억년이라 자신이 없었다.
보시다시피 파이는 아주 못생겼다. 원래 보드카를 넣어 글루텐 발달을 억제하는 레시피인지라 구울때 수분이 일정량 빠지는 건 기대하지만 그래도 너무 빠져 완전히 쪼그라든다. 버터에 수분이 많아서 그런가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바삭하며 질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파이의 크러스트를 보면 거의 대부분 크로아상처럼 얇게 편 반죽을 접어 만드는 듯 켜가 훤히 보이는데, 여기에 손을 많이 대고 낮은 온도에서 구워 허연데다가 질기기까지도 하다. 단면을 보면 가운데의 켜들에는 수분이 그대로 남아 덜 구워졌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커드까지 너무 구워 카라멜화(?)가 일어났다. 뻑뻑하게 올린 생크림을 올려 먹었다. 마이어 레몬 껍질 특유의 향은 카르다몸과 좋은 궁합을 보이는 것 같다. 레시피 찾기가 귀찮아 레몬파이 레시피를 그대로 썼지만 레몬과 마이어 레몬이 완전 호환된다는 생각은 안든다. 베이킹도 좋지만 마이어 레몬 치킨을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기회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다.
# by bluexmas | 2012/02/08 09:52 | Taste | 트랙백 | 덧글(13)
비공개 덧글입니다.
bluexmas님이 구운 마이어레몬 파이 먹어보고 싶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