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구운 빵-통밀과 호밀이 들어간 Miche

간만에 빵을 구웠다. 난방 덕택에 한겨울이면 이 작은 아파트는 빵을 굽기 좋은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치즈를 손에 넣었는데 그걸 잘 먹어보고 싶어서 술을 한 병 구하고, 빵도 한 덩어리 구웠다. 그러다 보니 판이 커져 닭까지 한 마리 구워 먹게 되었다.

흔히 ‘miche’로 부르는 이 빵은 흰밀가루만 쓰는 바게트 종류와는 달리 상당량의 통밀과 호밀가루가 들어간다. 스폰지를 하룻밤 전에 만들었다가 반죽하는데 그 또한 통밀가루로 만든다. 거기에 꽤 높은 온도에서 구워 껍데기가 정말 탄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카라멜화 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구수하고 단맛이 두드러진다. 속살의 조직 또한 밀가루의 특성, 그리고 물과 밀가루 비율 때문에 꽤 촘촘하고 밀도가 높으며 쫄깃하기 보다 폭신하다. 따라서 샌드위치에 보다 더 잘 어울리는 빵이다.

특유의 모양을 잡기 위해서 ‘바느통(banneton)’이라는 틀을 쓰는 것이 보편적인데, 그런 게 있을리 만무하므로(빵 하나 굽기 위해서 모셔두고 살기도 귀찮고), 야채 물 뺄때 쓰는 체에 행주를 깔아, 그 위에 밀가루를 뿌리고 1차 반죽이 끝난 반죽을 앉힌다. 45분~ 1시간 정도 발효한 뒤 뒤집어, 칼금을 넣고 굽는다.

사람들이 습관처럼 갓 구운 빵, 갓 구운 빵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빵은 완전히 식을 때까지 그 맛이 뭔지 알 수 없다. 이런 빵도 완전히 식지 않으면 그 특유의 바삭하지만 가벼운 껍데기를 맛볼 수 없다. 따뜻한 빵이 먹고 싶으면 완전히 식힌 다음 먹을 때 토스터나 오븐에 다시 데우면 된다. 밥이랑 빵은 음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자리매김하는 정도가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갓 만들었을때 맛있는 건 아니다.

 by bluexmas | 2012/02/06 15:43 | Taste | 트랙백 | 덧글(23)

 Commented by 화호 at 2012/02/06 16:05 

따뜻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도 고정관념일 수 있겠네요 ^^; 문득 바삭함에 대해서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빵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2/11 12:11

사실 너무 뜨거우면 음식 맛이 잘 살아나지 않지요. 솥밥이나 펄펄 끓는 설렁탕도 그렇습니다.

 Commented at 2012/02/06 16:4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2/02/06 16:47 

으흠…독일빵이네요…:ㅇ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2/11 12:11

저는 프랑스빵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2/02/11 20:51

속이 달달하니 불란서빵이겠네요.저는 모양만 보고 반가와서…웬지 질겅질겅 씹히는 맛도 있을거 같네요.

 Commented by dhsi at 2012/02/06 17:13 

빵껍질 좋아하는데.. 알맹이만 빼고 홀랑 다 벗겨먹고 싶어요. 매력적인 빵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2/11 12:11

알맹이도 드셔야죠 ㅠㅠ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2/02/06 18:43 

생각보다 매우 촘촘해 보입니다. 빵 문외한이니 비교는 못 하구요 -.- 맛있는 냄새가 여기까지 납니다. 이거 꼭 정식 오븐이 있어야 하는거지요. 그 토스터만한 간이 오븐으로는 안 되는거지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2/11 12:12

아 그걸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통밀이랑 들어가서 그런지 물을 줄여보았는데도 여전히 촘촘하더라구요.

 Commented by 미사 at 2012/02/06 21:40 

저는 깡파뉴를 좋아해서 동네 빵집에 부탁해 주문해 먹는데요, 생김새니 텍스쳐가 아주 비슷하네요. 요 미셰란 빵과 깡파뉴의 차이는 뭔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2/11 12:12

원래 미셰니 깡빠뉴니 이런 건 형태의 차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이네스 at 2012/02/06 21:56 

아. 배고프군요. ㅠㅠ호밀빵이 개인적으론 더 취향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2/11 12:12

호밀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맛을 좀 더하는 정도지요.

 Commented by 푸른별출장자 at 2012/02/07 00:49 

생선회를 먹어도 꼭 바로 잡아서 먹어야 하고

빵도 금방 오븐에서 나온 것을 먹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치던 불신시대를 거쳐온 사람들의 숙명같은 것 아닐까요?

갓한 빵이 맛이 더 좋은 경우가 뭐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황남빵도 금방 오븐에서 나온 것보다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지난 것이 더 맛있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joowon at 2012/02/07 03:36

끄덕끄덕…

 Commented by 애쉬 at 2012/02/08 00:39

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사람들의 통념에 의해서 선택되는 경향도 강한가봅니다.

비슷한 예인지 모르겠지만…. 갓 만든 두부 맛있다고 두부 계속 뜨거운 보온통에 넣어두고 팔지 말아주세요;;; 두부는 만들자 마자 제조처의 찬물로 식혀야 오래 맛이 유지 되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2/11 12:13

머핀 같은 것도 사실 하루 지나야 맛있던데 눈 앞에서 금방 만들거나 잡아 나오는 것에 대한 신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식가지고 장난치는 건 요즘이 더하죠.

 Commented by Belle at 2012/02/07 19:19 

빵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모양을 보니 솜씨가 좋으신 거 같아요 >_<

이걸 빵이라고 해야할 진 모르지만 인도요리의 ‘난’같은 경우는 따끈할 때 훨씬 맛있었거든요… 근데 식빵 같은 경우는 확실히 막 따뜻할 때는 몰캉한 느낌이 좋기는 한데 무슨 맛인지 모호하긴 하더라구요. 성분이 다른가봐요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2/11 12:15

글쎄요 난의 경우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빵은 그냥 레시피가 좋아서요.

 Commented by shaind at 2012/02/07 21:23 

방금 구운 빵이 맛있는 건 호화된 밀가루의 맛이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2/11 12:15

호화가 뭔지 몰라서 인터넷을 한참 찾아봤습니다.

 Commented by 춤추는 인생 at 2012/02/14 17:43 

저는 밥이나 설렁탕은 뜨거운거 질색인데.빵은 갓 나온것만 먹어요.왜그런지..ㅎㅎ외국은 빵을 삼일두었다 먹기도 하고 오래된 빵을 먹기도 하고

일부러 식혀서 먹기도 하고 그러죠.

오스트리아갔을때 정말 빵먹고 싶어서 정통빵을 사서 먹었을때의 그 너무나 딱딱하고 시큼하고 짜디짠 맛..

그런데 저는 빵은 뜨거울때 맛있어요..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라는 동화책에서 라스무스의 식성이 나랑 너무 비슷해서 놀랐어요.

우유와 빵을 먹을때방식.

햄좋아하는거.커피에 과자나 빵적셔먹는거.

감자좋아하는거.ㅋㅋ

외국에서 만든 빵이지만 외국사람들도 다 취향이 다를텐데..

남들이 맛없다해도 그것또한 하나의 관습아닌가..자기만 맛있으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