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epy Neighbor
모처에서 잘 안 받는 술을 한 잔 먹고 들어오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지 멀쩡해보이는 청년이 신발을 벗고 앉아 잠들어 있었다. 깨웠는데 잘 못 일어나는 걸 보니 꽤 마신 모양. 관리사무소로 가서 규정에 의한 근무취침중인 경비아저씨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돌아오니 이 청년, 현관에 서 있다. 어디 사느냐고 물으니 혀가 완전히 풀려서 ‘저 앞에’라는데 이건 거의 인사불성 단계. 여기에 살지도 않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있다 싶어 올라가지 않고 추이를 보는데 그제서야 경비아저씨가 나와서 청년의 팔짱을 끼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저씨의 팔짱에 이끌려 나보다 먼저 내리는 청년, ‘나중에 또 뵙죠’를 두 번 되풀이하는데 그 눈빛이 참 creepy했다. 거 기분 좋게 하루 잘 보내고 이 새벽에 이게 무슨 봉변 아닌 봉변이라냐. 은근히 소름끼친다.
술만 안마시면 그 인상이 나름 건실해보이는 청년은, 집에 들어와 경비실에 인터폰을 걸어 확인해보니 예전에도 그렇게 술을 먹고 남의 집 앞에서 잔 전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말하기 미안하지만, 그 나이에 그러면 좀 곤란하다.
# by bluexmas | 2012/01/21 02:10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