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ur Rós-Inni, 좋지만 그래도 아쉬운

음악에 대한 일로 전화를 아주 갑작스레, 그것도 늦은 저녁을 먹고 소파에 누워 졸다가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나는 아주 간만에 음악에 대한 글을 쓸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모든 게 우연이라고 하자.

‘음악의 도시 시애틀 답게’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은게 아직도 미국의 도시에는 적어도 한두 개쯤의 음반점이 디지털 음원의 시대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샘플링을 해서 비교해봐야 시애틀이 정말 음악도시라 음반점이 많은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건데… 어쨌든 묵던 여관 앞에 <Easy Street Record>라고, 음반은 물론 티셔츠나 잡지 나부랭이 등등도 파는 진짜 음반점이 있었다. 마지막 날 시애틀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내려오는 열 몇 시간 여정을 위해 들을 음반을 일부러 몇 장 샀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규어 로스의 라이브 앨범 <Inni>였다.

나는 잘 모르지만 꽤 우려먹어서 사람들이 에반게리온을 ‘사골게리온’이라고 비아냥거린다던데, 어째 시규어 로스도 비슷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골’을 이리저리 붙여보았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사골러 로스?-_-‘ 많이 어색하다. 어쨌든 굳이 이런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시규어 로스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밴드의 마지막 앨범-나란 남자 그 공연 보러 콜로라도 레드락까지 날아갔던 남자-이 나온 뒤의 작업인 Rice Boy Sleeps나 욘시의 솔로 앨범 모두 딱히 새롭지 않고, 그냥 시규어 로스에서 썼던 아이디어 또는 정서를 반씩 나눠 극대화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거기에다가 이 라이브 앨범까지 얹어 놓으면 정말 앞으로 뭘 기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Heima>는 영상과 음악 모두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둘의 조합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서 이 앨범에 대한 기대의 싹을 틔워 생각해 보면, 일단 <Heima>는 음악만 떼어서는 듣고 싶지 않았으니 라이브 음원 자체는 정말 마음에 든다. 첫 곡<Svefn-g-englar>를 처음 들었을때 나는 아마도 막 캘리포이나 주 경계선에 진입하고 있었을 것이다. 음압을 머금어 무거운 공기를 비집고 그 전주의 실로폰(? 맞겠지?) 소리가 울렸을때  나는 이미 여덟 시간은 족히 넘었을 운전이 몰고 온 피로의 손을 잡고 가수면의 영역으로 진입하려던 참이었다. 소리의 여운에 놀라 피로의 손을 뿌리치고 나니 바깥 공기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캘리포니아의 그것보다 훨씬 더 차가왔다. 하여간 소리는 그랬다.

반면 영상은, 전형적인 시규어 로스의 “간지”라서 별 매력을 못 느꼈다. 그냥 평범한 느낌의 공연하는 영상을 보고 싶었는데 이런 식의 이미지는 어째 보고 있노라면 감정의 소모가 심한 것 같아 오래 볼 수가 없었다. 한두 곡쯤은… 그러나 전체는 보고 싶지 않다. 영상을 찍어서 재생한 걸 다시 찍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하여간 그렇다. 이런 이미지에 블루레이는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다.

시규어 로스의 다음 앨범이 나올까? 개인적으로는 아예, 또는 적어도 당분간은 안 나올 거라 생각해왔고 이런 앨범을 손에 들고 나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확고해지는데… 솔직히 내가 틀린 것이었다면 좋겠다.

 by bluexmas | 2012/01/03 05:10 | Music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kidsmoke at 2012/01/03 12:41 

Inni 발매와 함께 다음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뉴스가 나왔었습니다. 2012년 발매 예정이라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04 00:15

그러네요. 위키피디아를 읽다가 마지막을 건너 뛰었더니… 그래도 별 기대는 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