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ne at the moon
이 글을 쓰고 나서 나는 무시 못할 수준의 자괴감에 시달렸다. 고백하건데 나는 정말 저런 수준의 음식을 먹게 될 거라고 생각 못했다.아마 그랬더라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맛없는 음식 먹고 돈 버리고 맛없다고 글 써서 기분 나쁘고 맛있다는 다수에게 까칠한 인간 취급 받는 바보짓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믿을 수는 없지만 인터넷의 사진도 저런 수준은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에 글을 쓰면서도 감정적으로 흘러가는 게 싫어 두 번인가 글을 뒤집어 엎었다. ‘ㅆㅂ 이런 ㅂㅅ 같은’이라고 한마디 쓰는 건 진짜 쉽다. 그러나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올릴 필요도 없고 또한 쓸 필요도 없다. 글을 올리고 이게 정말 뭐하는 짓인가 싶어 주말 내내 우울했다. 내가 무슨 관심병 환자라 선정적인 포스팅을 해서 부정이든 긍정이든 관심을 유도하려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는 지금 하는 일들을 통해 얼마나 나라는 사람을 알리고 있을까? 저 글을 쓰고 자괴감에 빠져 있는데 우연히 어떤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설상가상격으로 조금 더 우울해졌다. 그 책이 번역출간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을 뿐더러, 미국에서 나온 음식 관련 책이라면 내가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왜? 나도 번역배틀 한 번 벌여주랴? 제임스 비어드 자서전으로 고르면 될라나?). 우리나라에 돌아온지도 만 3년이 거의 다 되었고 일을 한지도 2년 반, 번역하는 것 자체의 뷴위기에도 이제는 전보다 훨씬 더 익숙하다. 그러나 나는 심지어 그런 책이 나올 거라는 이야기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소식을 듣고는 정말 진지하게, 음식 관련 외서 뉴스레터라도 만들어 관심 있을지도 모르는 출판사에 한 달에 한두 번 돌려야 되는 건 아닌가 고민했다. 그럼 돈은 제쳐놓고서라도 정말 숭고한 노동의 즐거움 또는 어떤 분야에서 스스로 “전문가”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하게 될까?
어쨌든 이런 생각을 물밑으로 하다가, 일단은 내가 뭐라도 좀 더 열심히 해야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월요일에 맞는 부지런을 떨었다. 그냥 새해가 나에게는 며칠 더 일찍 시작한다는 셈치고 . 아, 솔직히 그래도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고@_@
# by bluexmas | 2011/12/27 00:31 | Life | 트랙백 | 덧글(5)
주인장님 정도면 물이 자연스럽게 차서 넘치는 때가 곧 올겁니다. 그래서 조금 천천히 가셔도 된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