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디에 걱정된다
(제목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아무개님의 영화 블로그에서 차용. 그 분 블로그 재미있다)
언젠가 들렀는데 내부 수리중이라고 해서 ‘장사가 잘 되어 2층까지 확장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또 가보니 막상 달라진 것도 거의 없어 이건 뭘까 싶었다. 그보다 더 놀란 건 케이크. 물론 늦게 가서 다 팔리고 두 종류 밖에 남지 않은 걸 먹었던 터라 지금 이 글은 그 인상을 기록하는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음을 미리 밝힌다.
그렇게 별 바뀐 게 없었는데 케이크는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 있던 케이크들이 반짝거렸던 이유는 초콜렛에 물엿, 젤라틴 등등을 넣은 ‘글레이징’을 끼얹어 굳힌 덕인데, 바뀐 케이크들은 마치 ‘퐁당(fondant)’으로 한꺼풀 씌워 놓은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음식을 눈으로만 먹는 건 아닌데 서양 음식, 특히 이런 ‘프티 가토’들은 일단 눈이 맛있어 보인다고 말해야 먹을 맛도 나고 또 비싼 돈을 치르는 의미도 있다. 크게 만들어 조각을 내는 것과 달리 이런 케이크들은 하나하나 만들고 손이 많이 간다. 그만큼 파티셰의 능력이 좋아야 하는 것이다. 사실 두 가지 밖에 먹어보지 않았으니 능력이 어떻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고 일단 접근 방식이 많이 다른 것 같은데 나는 그게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지는 않았지만 진열되어 있던 레몬 타르트를 보면서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굉장히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레몬 커스터드와 크러스트를 따로 구워 조립해 크림 등으로 장식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물론 별 것 안 하고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겠지만…).
거듭 이야기하지만 내가 먹은 것은 고작 두 종류 뿐이라 맛을 거창하게 논하기는 좀 그런데, 그래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짚고 넢어가려 한다. 요즘은 일본을 위시한 동양의 재료(미소, 유자, 시소 등등. 다 일본 재료구만-_-)들이 양식에서 유행인데, 그게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익숙한 재료라 감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둘 다 이름이 복잡해서 기억이 안 나는데 어쨌든, 뒷편의 케이크는 밤이 맛의 중심을 이루고 있어 말하기 뭐하지만 ‘바밤바’의 맛이 났고, 앞의 케이크는 유자(라임이었나?)로 기억하는 시트러스의 신맛이 다른 맛보다 머리 하나 위에 올라서 있었다. 케이크에 넣는 신맛 나는 재료(비단 시트러스 뿐만 아니라 망고나 패션 푸르트 등등의 이국적인 과일까지 포함)는 대부분 퓨레 형태라 맛이 농축되어 있어 압도하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예전과 다른 케이크가 나오는 것은 확실하고 맛은 두 번 먹어보았으니 단언하기 어려워 더 먹어봐야 하는 것은 분명할텐데 현재의 상황에서 ‘와 또 가봐야지’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예전에 가본 사람들이라면 알 텐데 화장실 가는 벽에 있던 일러스트들이 너무 괴기스럽게 바뀌어 나는 혹시 아예 주인이 바뀐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영수증을 확인하지 않고 버려서 잘 모르겠다. 뭔가 아쉽다.
# by bluexmas | 2011/09/28 11:43 | Taste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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