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자코비 버거-무엇보다 못 튀긴 감자
지난 달, 몇 군데에서 “수제” 버거를 먹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해방촌의 자코비 버거였다. 요즘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한때 잘 나갔다고 하니 어떤 음식을 내놓는지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접 굽는다는 빵, 호주 와규를 쓴 패티, 하나하나 다 고르게 되어 있는 (성격에 따라 번거로울 수 있는) 주문 방식까지… 음식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뭔가 엄청난 수제버거를 먹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은 막상 진짜 버거를 받아들면 곧 사그러든다.
버거는 조립형 음식이지만 손에 쥐고 입에 넣었을 때 한데 그 맛이 어우러지는 것이 매력이다. 어쨌든 조립형 음식이기 때문에 세 가지 주 요소를 일단 따져 볼 수 있다.
1.패티: 당연히 버거의 중심이다. 고기와 지방의 비율, 고기 입자의 크기와 그에 따른 씹히는 맛(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먹기 위해 가는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다), 간이 맞는지의 여부 등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 제발 “실이 나올 때까지 치댄다”라는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버거는 동그랑땡이 아니다. 고기를 치대면 딱딱해진다. 수제 버거 만드는 관련 프로그램을 정말 몇백 편은 본 것 같은데 모두 “가급적 가볍게, 누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두꺼운 패티일 경우 겉에는 크러스트가 생겨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도록 굽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먹은 버거의 패티는 물기는 많으나 촉촉하지 않고 말라 고기 입자가 부스러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간이 덜 되어 있고 마늘맛이 너무 두드러졌다. 굳이 마늘을 패티에 넣어야 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기본이 마늘 포함이라 고를 수가 없다), 아린 맛이 너무 두드러져 생으로 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린 맛도 맛이지만, 생마늘을 넣고 패티를 구우면 물기가 나올 것이다.
나도 집에서 버거를 만들면 심지어 500g 패티도 만들곤 하는데, 너무 커서 입을 벌리고 넣을 수 없는 패티는 사실 버거의 의미를 반감시킨다. 한꺼번에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에 넣기도 어렵지만 미끄러지거나 빵이나 기타 재료와 균형을 맞추며 먹기도 쉽지 않다.
2. 빵: 어디에선가 버거 이야기를 하다가 빵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을 짚어주신 분이 있었다. 나도 공감한다. 고기에 밥을 같이 먹어야 더 맛있듯(다이어트 뭐 이런 건 버거와 함께 이야기할 필요 없고), 버거도 빵이 맛있어야 한다. 홍대 앞 <더 조> 같은 경우 패티는 잘 구워 맛있는데 단가 때문인지 진짜 싼 빵을 써 그 맛을 반감시킨다. 자코비 버거는 빵을 직접 굽는다고 하는데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빵만 구워도 못 굽는 곳이 더 많은 게 우리나라의 현실 아닌가.
3. 감자: 버거 그 자체는 그렇다 쳐도 감자는 진짜 못 튀겼다. 튀겼다기 보다 삶은 건 아닌가 싶을 정도. 잘 튀긴 감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마치 빈 것처럼 부풀어 가볍다. 물론 삶았다가 튀기는 것도 가능한데 만약 그 방법이라면 그냥 삶기만 하고 튀기지는 않은 느낌이랄까? 건강과는 전혀 상관없이 맛의 측면에서 사실 곁들이로 나오는 감자 튀김의 역할은 굉장히 크다. 감자가 맛없으면 전체가 맛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성의없게 튀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바삭하지 않고 간도 거의 또는 아예 안 된 느낌이었다.
버거와는 별개로 딱히 별 바랄 것도 없는 가운데 서비스 딱히 성의있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나는 구운 양파를 주문했는데, 양파가 불 자국과 냄새는 있었지만 그냥 생 것이나 다름 없었다. 사실 생양파라고 해도 문제는 전혀 없는데, 문제는 매웠다. 그래서 계산을 하며 “제가 구운 양파를 주문했나요?”라고 물어보았다. 양파가 너무 안 익어서 헛갈릴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내 주문서를 찾아 보더니 “네”라고만 대답했다. 수제버거라는 이름 아래 한 끼에 만 오천원 가량 하는 음식을 판다면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라고 한 번쯤 물어보고 싶지 않을까?
사실 버거는 대부분 집에서 만들어 먹는지라 우리나라에서 파는 수제 버거의 현실이 어떤지 몰랐는데, 이것만 먹고서는 ‘아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에 좌절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다음에 먹었던 버거들은 이보다 훨씬 나았다. 재료가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딱히 성의있게 만든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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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bluexmas | 2011/09/26 12:09 | Taste | 트랙백 | 덧글(7)
그리고 빵의 중요성을 모르시는 분들은 꽤 많지요. 저는 간혹 빵이 패티맛을 흐리면 빵을 버리고 먹기도 해요. ;
저도 한번 가보고 절대 안갑니다. 양파만 제대로 구워도 우리나라에서는 개념있는 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