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배설

어제 저녁에는 바에 들렀는데 채 30분도 못 앉아있다가 나와야만 했다. 담배 때문이었다. 같은 카페나 바를 자주 가면 설사 인사는 하지 않더라도 익숙해지는 얼굴들이 생긴다. 또한 그들의 성향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게 된다. 어제도 그런 사람들이 들어왔는데, 난 바로 오래 앉아있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왼쪽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세 명이 동시에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바에서 나는 오른쪽 맨 구석 자리에 앉는데 에어콘 때문에 모든 바람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분다. 따라서 내 왼쪽으로 앉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면 그 연기는 무조건 다 내 얼굴로 날아든다. 사람들의 흡연 습관도 한몫 단단히 거든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피우지 않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팔꿈치를 세워 바 위에 올려놓는다(그림을 다들 상상할 수 있을 듯). 그러면 생으로 타는 담배가 또한 그대로 내 얼굴로 날아든다. 어떤 사람들은 담배 한 대가 다 탈 때까지 한 세모금쯤 빨고 나머지는 그 상태로 태운다. 솔직히 담배를 안 빨고 태우든 아니면 까서 물에 불려 마시든 나는 알바 아닌데, 그 생 담배연기가 얼굴로 날아오는 건 참 괴롭다.

뭐 간접흡연이 좋네 안 좋네 그 따위 문제를 따지는 건 나중 문제고, 기본적으로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온 무엇인가가 나에게 닿는 그 자체가 싫다. 화장실이 배설하는 공간인 건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공간 안이면 아무데나 대강 무엇이든 싸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안에서도 정해진 지점이 있고 공공 장소라면 명중(?)시켜야할 의무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먼 옛날 라디오헤드 공연을 보러 갔는데, 화장실에 사람이 너무 많으니 세면대에서 처리를 하는 놈들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물론 금연으로 설정하지 않은 바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는 하나도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는 방법이 한 가지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보다 더 잘 피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바라는 것이 무리인 걸까.

담배에 대해서는 언제나 같은 생각이다. 나도 담배를 피워봤다. 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나는 개인의 흡연을 의지박약이라고 받아들여 혐오한다. 그러다 보니 위에서 언급한 경우나 정말 어이 없는 흡연 보행 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타인의 의지박약으로 인해 피해를 본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토요일에는 홍대앞에 가느라 서교 호텔 앞에서 내렸는데 큰 놈, 작은 놈, 뚱뚱한 놈 이렇게 세 남자 애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러니까 정류장에서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는 순간부터 담배를 피우더니, 내가 가는 그 좁지도 않은 길을 앞서 가며 적당한 간격으로 메우고는 걸어가더라. 뛰어서 앞질러 가기 전에는 담배 연기를 도무지 피할 길이 없었다.

어쨌든 그 바는 흡연공간이었으므로 내가 떠나면 그만이기는 했다.  사실 오래 머무르면 안 될 상황이라 어떤 면에서는 고맙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30분만에 나올 예정이었으면 아예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 나는 담배 피울 때도 걸어가면서 피운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 봐야 맛도 모르지 않나. 뭐 맛으로 피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by bluexmas | 2011/09/18 11:47 | Lif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견아 at 2011/09/18 19:32 

비흡연자로써 너무나 공감합니다.

인생 과도기 거치면서 담배 한번 입에 안물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만,

풍상측에서 담배피는 사람 피하려고 경보를 하다보면 거의 달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20 10:51

네, 아예 우주복 입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담배 한 번 입에 안 물어본 사람 있으려구요…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1/09/18 21:27 

전 뛰어서 앞질러 갑니다;;

급하지 않을땐 다른 길로, 혹은 천천히 피해 가죠..법으로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별 수 없더군요.

그것도 문제지만, 담배 연신 피운 후 마지막연기를 버스 안으로 내뱉으며 들어오는 승객은 처치곤란이죠 ㅠ.ㅠ 제 뒤 대각선자리에 앉았는데 사격장 연기냄새가 나서, 그냥 광역버스 갈아탔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20 10:52

크 거기에다가 담배 꽁초는 그냥 휙 던져버리고 타지요. 인간 쓰레기입니다.

 Commented by sf_girl at 2011/09/19 03:02 

의지박약 혹은 못돼먹은 이기심이겠죠.

여기도 길거리 흡연에 너무 관대한 편이고 요즘은 가을이 오면서 바람이 강해져서 담배연기 신경쓰일 때가 많아요. 저도 담배 피워본 적이 있지만,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 최소한 몇몇은 싫어하는 걸 알면서 한적한 길도 아니고 복잡한 길거리에서 피우는 심사를 모르겠어요. 헤비스모커인 친구도 내 담배연기 말고 남의 담배연기는 싫다고 잘라말하더구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20 10:52

둘의 조합이겠지요. 뉴욕도 그런가요…

자기가 피워도 연기는 싫은 법이죠. 왜 눈에 들어가면 맵잖아요.

 Commented by 삭후 at 2011/09/19 10:56 

길거리 흡연은 정말 어느 정도까지는 규제를 해야한다고 봅니다. 기분좋게 걷다가 토악질을 할 것 같아요. -_-;

저도 한때 흡연자였고, 애연가였지만 안 피우니 안 피우게 되고, 담배를 피우는 80% 이상의 이유는 습관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제가 경험을 해보니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한창 애연가로 살고 계신 제 동생을 설득하고 있습니다만…

(참… 저는 담배를 맛있어서 피웠습니다만…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20 10:53

습관이라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 끊게 되더라구요.

저도 종종 맛있어서 피운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맛있는 담배도 있어요… 아메리칸 스피릿…

 Commented by 앙탈여우 at 2011/09/19 20:51 

캐나다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역시 모든 술집이 금연 구역이라는 거예요. 처음에 정말 감동했어요. 여기서 꽤 있다보니 그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술집을 가득 매운 담배연기.

술집, 그 분위기 참 좋아하지만 그놈에 담배 때문에 결국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집에서 놀기 시작했어요. 여자들은 진짜 술집도 잘 못가게 되더라고요. 아 싫다 진짜. 국회의원들은 죄다 흡연가인가요? 법만 좀 손보면 바로 해결될텐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20 10:53

국회의원도 죄다 흡연가라는데 500원 걸겠습니다. 문제는 금연구역인데서도 피운다는 거지요. 버스 정류장도 금연으로 알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