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과 토마토
1. 저녁에 당면을 먹으려고 동네 마트에 사러 갔다가 포장해서 파는 토마토를 집어왔다. 음식과 쓰레기 사이에서 정체성에 관한 번뇌를 하고 있는 것들이 담긴다는 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아예 쓰레기가 되어 버린 것들을 반이나 담아 놓는다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난 번에 샀던 무도 반은 버려야만 했다.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우리는 그냥 이렇게 살고 있다.
2. 저녁을 먹고는 동네 이마트에 갔는데 1에서 샀던 당면이 천원 쌀 뿐만 아니라 100그램 증정행사까지 하고 있어서 이 글을 쓰며 계산해보니 이천원 정도 손해를 보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정말 저 동네 마트에 발을 끊어야 되겠다.
3. 이사 온지가 다섯 달인데 처음으로 시간을 들여 마트를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모니터의 수명이 다한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진열되어 있는 모니터들을 들여다 보았는데 물건도 얼마없고 가격도 비쌌으며 무엇보다 품질이 너무 조악했다. 디자인이야 거기에서 거긴데 재료가 너무 조잡한 느낌이었다.
4. 집에서도 데스크탑에 앉아 일을 못하니 엄청 답답하다. 보통 밖에서는 메모나 스케치를 하듯 아이패드나 아이폰에 대강 쓰고 집에 와서워드 프로그램에 옮겨 다듬는 식으로 일을 한다. 그러는 와중에서 자료를 찾기 위해 웹을 뒤져야 하기 때문에 멀티 태스킹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패드는 아예 멀티 태스킹이 안되지만 노트북들 또한 사정은 딱히 다르지 않다. 아마도 이건 성능보다 일을 하는 자세나 각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짚어 보면 아무래도 건축회사를 다닐때의 습관 그대로 컴퓨터를 쓰는 듯.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슬럼프가 찾아온다. 피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미국에서 산 우리나라 브랜드 제품의 서비스는…
5. 청소기도 사야 되어 잠시 들여다 보았다. 그 한## 생활과학의 제품은 비록 내가 사서 쓴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서 만든 제품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청소기 대가리가 그렇게 무거워서야 대체 어떻게 휘두르며 청소를…. 게다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간에 목말라 하는 상황이라 세간살이를 많이 들여 놓고 살텐데 좁은 틈으로는 절대 집어 넣을 수 없는 것도 그렇고… 다기능 제품에 관해서는 뭐 그런 생각이: 토스터가 달린 전자레인지가 한참 나왔었는데 토스터가 고장나도 통째로 들고 가야 한다고? 지금 청소기는 물걸레와 청소기가 동시에 되는 제품인데 걸레는 작년 가을인가에 고장났고 청소기도 이제는 되지 않는다.
6. 요즘은 프린터도 엄청 싸더라. 컬러 레이저 복합기가 30만원대던데 생각해보니 나도 이젠 이런 것들이 필요 없다. 종이에 출력은 이제 줄여야 한다.
7. 마트에 “짜지 않고 담백한” 어린이 소금이 있더라. 진짜 어이 없었다. 일단 짜지 않으면 소금이 아니다. 음식을 짜게 만드는 게 두렵다면소금을 적게 넣으면 된다. 짜지 않은 소금을 찾을 게 아니라. 두 번째, 짜지 않으면 싱겁거나 심심한 거지 담백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담백한 것, 하나 더 덧붙이자면 쫄깃한 것에 미쳤다. 맛에 관해서는 완전히 파블로프의 개다. 뭐든지 담백하거나 쫄깃하면 그만이다. 홍합도 전복도 오징어도 쫄깃한 게 최고다. 거기에 얼큰하고 구수한 거만 있으면 다 된다. 세 번째, 싱겁게 먹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오늘 보니까 무슨 제약회사 광고에도 “싱겁게 드시고” 어쩌구 하는 문구가 나오던데 의약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도 아무런 근거 없이 소금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싱겁게 먹는 게 좋다는 거다. 그거 아니라고 밝혀졌다.
8. 그 따위 “디자인” 냉장고를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는 신혼부부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마트에 널린 냉장고를 보니 정말 눈물 밖에 나지 않더라.
# by bluexmas | 2011/09/14 01:39 | Life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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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모니터였습니다. 요즘은 다 와이드 모니터더군요.
암튼 한번 찾아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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