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첫날 잡담
메자닌이 훌륭한 모 카페에서 종종 일을 하는데 어른께서 일하기에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으셨다. 1층과는 달리 메자닌에 놓인 의자는 등받이가 둔각이라 글을 쓰는 자세로 앉으면 등을 전혀 받쳐주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몸보다 마음의 불편함이 일의 여건을 좌우한다. 사실 거의 아무데서나 아무거나 쓸 수 있다. 지하철타고 가면서 아이폰의 메모장으로 쓸 때도 있고,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관리비 고지서 봉투 뒷면에 쓸 때도 있다. 진짜 더 짜내서 버스 안에서도 쓰고 지하철 기다리면서도 쓰면 여느 때처럼 블로그에 글을 매일 두 편씩 계속 올릴 수 있을텐데, 거기까지는 힘들어서 못하겠다. 몸이 아니라 머리 때문이다. 어떨 때는 책도 안 들고 나가 그냥 멍때리며 돌아다닌다. 안 그러면 태우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태워서 나중에 문제가 된다. 정말 나도 비우기에는 소질이 없다.
9월의 첫날은 8월의 여느날과 딱히 다른 구석이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다. 여름이 물러가려면 아직 멀었다. 어제 새벽까지 일을 하고 소파에 누워 <하록선장> DVD를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는데, 한여름에 그러하듯 전혀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다섯 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잠깐 밖에 나가 햄버거를 먹었다. 원래 가려던 집이 지도와는 달리 절대 눈에 뜨이지 않아 전화를 걸어봤더니 업종을 번경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잘 한다고 들었던 곳인데.
이번 달은 마감과 아닌 기간의 구분이 없다. 한마디로 마감 아닌 듯 마감해야 한다.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사는 것도 마감 아닌 듯 마감하면 좋겠다. 자다 죽으면 그렇게 되는 건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스리슬쩍. 그건 내 사정일 뿐이고 유족이 만약 있다면 그것도 좀…
계란빵이며 과자에 대한 글을 쓰다가 계란과자가 먹고 싶어져 편의점에 나가볼까 한다. 편의점 번개 따위 하기엔 좀 늦은 아니면 이른 시간이다.
참, 어제 새벽엔 문득 행복의 조건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스스럼없다. 나는 안 그런 것 같다. 왜 그럴까.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냥 말하기 어려운 걸까, 아니면 정말 행복하지 않은 걸까.
# by bluexmas | 2011/09/02 02:55 | Life | 트랙백 | 덧글(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