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야구 감독의 이야기
원래 제대로 쓰려면 기록 같은 것도 다 찾아봐야 되는데 귀찮아서 그냥 씀을 미리 밝힌다.
1. 지난 주, 아틀란타 브레이브스는 작년에 은퇴한 감독 바비 칵스(보비 콕스?;;)의 결번행사를 가졌다. 칵스 감독은 작년 시즌 시작-중반이었나?-에 현역으로는 마지막임을 밝혔다. 아틀란타 브레이브스의 경기를 주의 깊게 본지가 10년 정도 되는데, 좋은 감독이지만 해가 갈수록 답답한 경기 운영을 자주 보여주었다. 특히 불펜 운용이 그러했는데, 특정 선수를 준 혹사하거나 플래툰에 집착하는 모습이었다. 시즌 막판 원정 도시마다 일종의 커튼콜과 선물 증정 등으로 선수에서 단장으로, 또 감독으로 일생을 야구에 바친 그를 예우했다.
2. 지지난 달이었나, 워싱턴 내셔널즈의 감독 짐 리글맨은 팀이 자신을 바지저고리로 취급한다며 계약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팀 버스에 오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팀은 그를 해고하고 팀 맥라렌을 거쳐 데이비 존슨을 감독 자리에 앉혔다. 샌디에고와 시카고를 거쳐 시애틀에서도 팀을 맡았던 짐 리글맨은 성적만 놓고 보아도 썩 좋은 감독은 아니었다. 어쨌든 이 일이 있자 다수의 반응은 ‘그런 식으로 물러난 그에게 다시 감독 자리를 맡길 팀은 없을 것’이었다.
3.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본의 아니게 김성근 감독 얘기가 나오면 정신력 딱지를 가져다 붙이는 것이 너무 지겹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돈을 수억씩 버는 프로에게 아직도 정신력 타령을 하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냥 기본이다. 게다가 다 큰 성인 아닌가? 감독에게 채찍질을 받아야만 정신력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프로선수라면 운동 그만 해야 된다. 그건 뭐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2보다는 1의 경우에 가까운 이 늙은 감독이 시즌 중반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바로 경질까지 하는 것이 맞는 처사인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그만두겠다는 것도 아닌데. 여러가지 이유로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면, 적어도 의사를 존중해주고 시즌을 끝까지 치르게는 했어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예우 아닌가. 어떻게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하나. 나는 원년부터 이만수 때문에 삼성 팬이고 아직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만수가 삼성 감독을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선수로서의 능력과 지도자로서의 그것은 다르다. SK에서는 정확하게 무슨 근거로 이만수가 감독을 맡으면 잘 할 거라고 판단했는지 그게 궁금하다. 웃기는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없다.
*거기다가 대놓고 ‘충격에 휩싸여 SK 삼성에게 난타…’ 이런식으로 보도하는 뉴스도 참 웃겼다. 정신력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넋놓고 야구하면 뭐하려 경기하나.
# by bluexmas | 2011/08/20 01:09 | Sports | 트랙백 | 덧글(10)
재계약 관련해서 프런트에서 장난질을 좀 쳐댔던 것도 있고…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은 고사하고 현실의 축소판인게 그냥 입맛이 쓰네요.
프로라는게 결국 우리가 먹여 살리는 건데
저는 꼭 우승에 집착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재밌으면 그만..ㅋㅋ
자료 좀 찾아보니, 성적과 별개로 김 前감독이 감독 역할을 넘어 단장쪽 일까지 관여하려는 전권장악형 스타일이라, 결국엔 이런저런 홍보와 흑자운영을 중시하는 구단프런트와 충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해도, 구단이 매정하게 내치는 결과까지 온 것은 아쉽네요.
이만수 ‘감독’은 살짝 의심스럽지만…야구는 결국 선수가 하는 것이니, 이순철,서정환급들보단 잘 해줄거라 믿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좀 동감이 안되는게… 김성근 감독의 자서전인 ‘꼴찌를 일등으로’ 에서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요즘 우리나라 프로야구 팀들의 훈련은 난카이 호크스(지금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훈련에 반도 못 미치는데도 힘들다고 징징댄다. 꼴도 보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