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잡담
바로 그젠가 ‘이번 달 마감은 요상하다’라고 말했는데 그게 현재진행형일줄은 전혀 몰랐다. 무엇보다 끝날듯 끝날듯 나지 않으면서 평소에 해야 될 일과 연결되어 숨 돌릴 틈을 안 준다는 것이 핵심. 프리랜서 소방수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건 아닌가 이 시점에서 나의 커리어가 살짝 의심스러워지려 한다(몇몇 갑님들만 알 것 같은 농담;;; 프리랜서의 크립토나이트: 보판 ㅠㅠ 그러나 잡지는 편집과 광고 없이 만들 수 없다. 그만큼은 안다).
그래도 그 바닥을 들여다 보면 어쨌든 계속해서 쓰고 있다는 사실에는 언제나 기쁨을 느끼며 산다. 쓰기는 쓰기로 그치지 않는다.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한다. 많이 써야한다는 건 어떻게든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계속해서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니까. 이런저런 데 앉아서 뒤적뒤적 노는 듯 일하는 듯 일을 하면서, ‘아 학교 스튜디오에서 시간을 이렇게 쓰는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뭐랄까 나는 언제나 설계를 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크나큰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언제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최대한 집중해서 해야 된다는 ‘만트라’ 따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스튜디오에 자리가 있어도 집에서 끄적거리곤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너무나 당연해서 스스로 병신 인증하는 얘기지만;;;). 사실은 즐긴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만들었어야 하는 건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마음 속에는 언제나 부담감이 있었다. 나는 잘 하고 있나? 라는 어쩌면 쓸데없는 부담감. 사실은 못해도, 어느 만큼은, 괜찮은 건데
그러나 실무, 즉 디자인을 못한다고 해서 아쉬움이 있느냐면 또 그건 전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건축 실무는 이제 안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좀 당혹스럽다. 학교에 있을때도, 회사에 다닐때도 나의 최종 목표는 건축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좀 먼 길을 돌아서 늦게 원래 자리에 도착했을 뿐이다. 그냥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이 일을 하는데는 아주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내가, 어딘가에서 배양된 사고방식에 의해 가로막았던 것 뿐이다. 나는 뭐 아직도 일천한 사람이지만 글은 기교나 생각으로도 쓰지만 자의식으로도 쓴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걸 아주 오랫동안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 하는 이런 얘기는 사실 다 동어 반복이다. 그만큼 속에서 끊임없이 되새김질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러겠지.
# by bluexmas | 2011/08/19 01:29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