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맛집 쇼와
사진의 출처는 여기. 역시 트래블 채널의 극단 음식 기행 프로그램인 <Bizarre Food>의 앤드류 짐먼(Andrew Zimmern) 홈페이지다. 링크를 따라 가면 두 사람 사이의 대담/인터뷰를 읽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Man vs. Food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맛집 프로그램은 딱히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극단적인 음식(Extreme Food)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운 음식을 만들어서 먹으라고 도전하는 부분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생각하기도 쉽다. 내가 보았던 에피소드만 해도 진행자(Adam Richman)가 셰프조차 방독면을 쓰고 조리하며 먹어보지도 않은 매운 카레랄지, 먹고 정해진 시간 동안 입을 씻지도, 음료를 마시지도 못하게 하는 핫 윙에 도전을 했다. 우리나라에도 짬뽕이나 카레 같은 것들을 극단적으로 맵게 만들어 놓고 도전하게 만드니, 얼핏 보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큰 그림을 놓고 보면 다르다. 일단 이 쇼에서 다루는 음식들은 거의 대부분 그 규모, 즉 양을 극단적으로 키운 것이다. 예를 들어 첫 화는 텍사슨가 오클라호마에서 유명하다는 2킬로그램(정확하게 말하자면 72온스)짜리 스테이크와 곁들이 빵, 감자, 야채를 한 시간 인가 내에 모두 먹는 것이었다. 그 양만 빼놓는다면 스테이크 자체에 딱히 문제될 것은 없다. 고기가 썩 좋지 않을 수는 있어도, 그냥 미국에서 가장 미국적인 상식에 기대어 조리한 스테이크일 뿐이었다. 다른 음식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종류의 극단적인 음식은 일본에도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5인분인지 10분짜리 돈까스와 같은 것들인데, 보면 조리는 멀쩡하다. 이런 음식이 극단적인 건 그 양 때문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연히 가게 측에서도 자신들이 극단적인 음식을 내놓는다는 걸 알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그런 측면까지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음식들은 대부분 1회성이 아니다(궁금하신 분은 영상을 보시라. 72온스 스테이크 기록 수립자라는데… 7월 4일의 핫도그 먹기 대회에서 1등한 적 있는 조이 체스트넛도 도전한 모양이던데…). 사족처럼 덧붙이자면, 문화적인 측면에서 이런 음식이 존재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종류의 음식점들이 많은 텍사스는 ‘Everything big in Texas’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 모든 것의 규모가 크다. 일단 주의 면적도 다른 주에 비해 넓고 거기에 소도 많이 키우니 고기도 많다. 게다가 농담으로 아줌마들 파마해서 올린 머리도 크다고 말한다. 다른 주 사람들이 말할 때는 때로 조롱이 살짝 섞여 있기도 하다. 어쨌든 이러한 문화적인 특성이 비대한 규모의 음식 문화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브로커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음식들은 어차피 주목을 끌기 위해 한시적으로 만들어진 것인데다가, 그러한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스스로가 얼마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아니면 알면서 신경쓰지 않거나). 트루맛쇼에서 예로 든 음식 두 가지만 놓고 보아도 알 수 있다. 삼겹살에 싸구려 생선알을 넣고 만든 ‘캐비아 삼겹살’이나, 아구찜과 초밥을 같이 먹을 수 있다고 난리를 친 ‘아초’, 둘 모두 영화에서 씹어댄 것처럼 애초에 맛의 측면에서 말도 안 되는 음식이다. 아닌지 알고 받아들이는 것과 모르고 받아들이는 것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물론 Man vs. Food에서 소개되는 음식들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떤 면에서 이 쇼야 말로 우리나라의 예능과 비슷하다. 진행자가 그 음식을 꾸역꾸역 다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걸 시청자는 즐긴다. 진지하지 않은 걸 진지하지 않게 받아 들인다. 우리나라의 맛집 프로그램은 그 접근 방식이 다르다. 진지하지 않은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포장한다. 연예인들이 출연해서 말도 안되는 음식을 먹고 온갖 법석을 떤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가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식을 먹는다. 10분 동안 생각나는 대로만 나열 및 비교해도 이렇게 다르다. 일단 여기까지만 쓰겠다.
# by bluexmas | 2011/08/02 21:17 | Taste | 트랙백 | 덧글(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