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 왕복 밤나들이
사진을 찾는데 커피가 마시고 싶어져 대용량의 메일이 흘러가는 동안 옷을 챙겨 입었다. 염창역에서 기억나지 않는 번호의 버스를 탔다. 아슬아슬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첫 단락이 잘 떨어지지 않아 다 써 둔 것들을 엮는데 애를 먹었다. 그런 날들이 종종 있다. 다시 홍대 앞으로 내려와 604번을 아무 생각 없이 탔다. 버스는 처음 가본 노선을 거쳐 명동 입구에 나를 내려놓았다. 명동을 거쳐 청계천까지 내려가 좌회전을 하려다가, 그대로 쭉 광화문까지 올라갔다. 별로 주워먹은 게 없어서 그런지, 어딘가에서 뜬금없이 식혜가 생각났다. 굴러다니던 캔이라도 본 걸까. 해서 눈 앞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효소처리 스테비아’가 들어있는 걸 보고는 그냥 나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안 그랬던 것 같은데-라며 생각해보니 그 언제가 정말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생각나 다음 편의점에 또 들어갔는데, 역시 효소처리 스테비아가 걸렸다(솔직히 뭔지도 잘 모른다. 스테비아니까 단맛을 내기 위해 썼을텐데… 설탕이나 아스파탐까지는 먹어도). 바로 옆 칸에 코크 제로가 1+1행사를 한다는 딱지가 붙어있어 꿩 대신 닭이라고 스테비아 대신 아스파탐을 들고 나왔다. 그대로 걸어 올라가 광화문을 찍고, 다시 걸어 내려와 470번인가를 타고 연대 앞에서 내려 현대백화점까지 걸어와 다시 604번을 타고 동네로 돌아왔다. 택시비도 술 값도 안쓰고 밤나들이 잘 했다. 바람이 시원해서 참 좋던데, 내일 모레쯤 또 비가 온다고?
# by bluexmas | 2011/07/06 01:25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