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장식용 머핀
내일은 기대에 부풀어 시작했던(?) 부업의 마지막 날이다.망해서 마지막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대미를 장식해보고자 머핀을 구웠다. 냉동실에 오래 묵혀두었던 바나나를 처치하고픈 욕구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역시 오븐님 덕분인지 아름답게 부풀어 보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진짜 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레시피를 두 배로 부풀려 대박 큰 걸 만드는데, 이건 일종의 체면치레용이므로 작게 만들었다. 많이 만들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말 오븐님 덕분에 많이 부풀어줘서 야박해보이지는 않아 다행이다.
6개월이 지난 다음에 남은 건 일종의 낙동강 오리알이 된 듯한 기분과 지친 몸, 그리고 별로 늘어난 티 나지 않는 예금 통장이다. 원래 투자에는 성공이 자동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건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자동적으로 백업플랜을 찾아가는 마당에 나는 원래 그런 것이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낙동강 오리알이 된 것 같은 기분은 딱히 달갑지 않다. 까놓고 말해서 짜증이 나는 구석이 있는데 일단 참는다. 그건 타인에 대한 배려라기 보다, 내가 짜증내는데 지쳤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일단 쉰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으려 한다. 그러나, 자꾸 이런 식으로 일이 돌아가면 좋지 않다. 나도 안정이라는 걸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을 만만하게 본 적이 없건만 세상은 마치 그러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나를 대한다. 그러나 젠장 세상의 편입견을 고쳐주기에 나는 너무나 작은 존재 아니었던가.
오늘도 꾸역꾸역 도시락을 싼다. 아니, 더 열심히 싼다. 마지막 날이니 누군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도시락은 그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데 훌륭한 역할을 한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도시락 싸 왔어요.” 그건 곧 ‘응 너랑 말하고 싶지 않아 저리가 ㅋ’의 간접적인 의사표현이다.
# by bluexmas | 2011/06/28 00:48 | Life | 트랙백 | 덧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