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Impossible,
‘I will rescue you. I am gonna set you free tonight.”
집에 돌아오니 여덟 시가 다 되어 있었다. 끼니 사이에 아무 것도 먹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허기가 안 느껴지는 하루였다. 남아있던 닭가슴살을 입에 넣자 그제서야 폭풍처럼 허기가 밀려왔다. 또 다른 닭가슴살을 구웠다. 화씨 350도 오븐에서 면당 9분이면 장담하건데 질기지 않은 닭가슴살을 구울 수 있을 것이다. (술김에 저질 농담을 은근슬쩍 끼워 넣으려다 수준 높은 독자님들을 의식해서 지웠다).
나의 부업은 이번 달을 끝으로 공식적인 막을 내린다. 첨언하건데 내가 그만두는 건 아니다. 뭐 일단 거기까지만 이야기해 두자. 그래서 나는 솔직히 오늘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해야만 했다. 유종의 미라는 걸 거둬보고자 해야만 했다.
근데 그게 뭔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른다. 이번 달 어느 기사에 그런 이야기를 썼다. “마지막이라는 상황이 얼마나 사람을 필사적으로 만드는지.” 그 반대이기도 하다. 마지막이라면 그동안 하지 않았던 돌발행동을 하고 싶어진다. 마지막이라 다 뒤집어 엎고 싶은 충동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리를 태워버린다 burning bridge라는 표현도 나오는 게 아닐까. 다시 볼 가능성 없는 사람이라면 하고 싶은 말 다 해버리고 싶어진다. 다시 할 가능성 없는 일이라면 하고 싶지 않아진다. 어디 그뿐이랴, 그냥 지금 판을 엎어버리고 싶어진다. 아아 시간이 다 되었나 싶어 시계를 보면 네 시 반, 일어나야 될 시각까지 두 시간 반 남았다. 괴롭다. 그러나 한다. 왜? 어느 시점에 이르면 돈이나 평판 따위는 그야말로 “아웃오브안중(우리 제발 이딴 표현 좀 쓰지 말자. 우리말 아름답다)”이 되기 때문이다. 부끄럽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이게 너무나 말도 안되는 자위 수준의 이유에 지나지 않는 건, 솔직히 부끄러워서 죽지는 않기 때문이다. 부끄러워서 죽음을 선택하는 건 그야말로 선택이다. 그러나 부끄러우면 꼭 죽을 것 같아 안 해도 될 일까지 그냥 꾸역꾸역 한다. 여태껏 꽤 많이 부끄러운 일을 만들어봤는데, 죽지 않고 살아왔다. 나는 사무라이가 아니니까. 뱃가죽이 두꺼워서 할복도 못한다 어차피. 아 물론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아 시도는 해 봤다. 삶은 덩어리로 부끄럽다. 디테일로 부끄럽지 않다.
그냥 조용히 밀린 일-그렇다 마감은 끝났는데 밀린 일은 너무나 많다. 솔직히 나는 날씨 더운 거에 별 감각 없다. 일 때문에 숨이 막힌다-을 하고 자려고 했는데 누군가 늦은 저녁에 술을 마시러 밖에 나왔다고 했다. 나는 그대로 집 앞 가게에 내려가 하이네켄 두 캔을 사가지고 올라왔다. 그리고 미친 듯이 일을 빨리 해서 끝냈다. 맥주는 오히려 사왔을 때보다 더 미지근해져있었다. 빌어먹을 냉장고. 나가는 길에 한 캔을 더 샀다. 그래서 원래 계획은 둘이었지만 세 캔을 마셨다. 아직도 강에 부는 밤바람에 열대야의 조짐은 없었다. 그것만으로 다행이다. 김치를 담가야 한다. 아니, 내가 담가야 한다. 누군가 주는 거 먹고 싶지 않다. 다시 한 번, 살다보면 부끄러운 일이 생긴다. 삶은 깨끗하게 살기 어렵다. 부끄럽다고 죽지는 않는다. 유종의 미는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성경에서는 속으로만 생각해도 간음이라고 했다. 그럼 더더욱 깨끗하기 어렵다. 우리는 너무 깨끗하게 살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가끔 세상을 원망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세상은 더 혼탁해지지 않는다. 반대로, 당신이 깨끗하게 산다고 세상이 깨끗해지지도 않는다. 지금 모든 것들의 상황은 그렇게 복잡해졌다. 곧 ‘나이브’한 것이 죄악이 될지 모르니 스스로 너무 순진해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면 오늘밤 나가서 부끄러운 일을 저질러볼 것을 적극 권장한다. 물론 대부분이 이미 너무 많이 저질렀을 것이므로 이러한 이야기에 코웃음을 칠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부끄러운 일들에 관한 책을 써 보자고 기획안을 백 수십군데 디밀어 봤으나 아직 아무 곳에서도 확답을 받지 못했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어서 현재의 상황을 정리하면 <bluexmas 걱정된다>. 짧고 좋다. “본 블로그는 픽션이오니 현실과 혼동하면 더욱.”
# by bluexmas | 2011/06/20 01:20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