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Code-미디어 시대의 Groundhog Day?

근 반년 만의 극장 나들이를 위해 고른 영화는 소스코드였다. 뭐 고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가서 봤다.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몰랐다.

솔직히 설정 자체는 병신같다고 생각했다. 양자역학을 빌어 소스코드가 뭔지 설명하는 장면에서 나는 ‘bullshit!’이라고 속으로 외쳤다. 저게 무슨 개소리야? 물론 영화의 흐름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정당화가 필요하지만 설사 이론으로 받쳐준다고 해도 대체 그래서 어쨌다는 건지… 오히려 영화에 몰입하는데 방해만 되는 느낌이었다.

제목에서도 언급한 그라운드혹 데이나 밴티지 포인트 등등, 같은 시간적인 배경을 반복하면서 거기에 시점(또는 공간)이나 사건의 변화를 줘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영화는 많다. 영화에 관한 무식쟁이인 나도 두 편은 언급할 수 있을 정도니까. 소스코드는 그 시간을 8분으로 줄였는데, 의외로 시간이 짧기 때문에 빨리 해결해야 된다는 박진감 같은 건 별로 느낄 수가 없었다. 그냥 짧은 시간이라는 설정 자체가 주는 압박이 그보다 더 두드러졌다고나 할까? 하루도 하니고 8분이니까 조금 더 빨리 돌려서 같은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다른 사건의 가짓수를 다양하게 만들어 그것으로 영화를 끌고 나가려는 전략인 것처럼 보였다…는 아마 누구도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고.

아, 그리고 나는 이 영화를 정말 SF라고 할 수 있는지 그걸 잘 모르겠다. 물론 폭발도 나오고 말도 안되는 양자역학 이론 비슷한 것도 나오지만(근데 이거 정말 이론적으로 가능하기는 한 건가?),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지 않다. 그보다 그냥 미디어나 인터넷의 속도 같은 것들이 갈수록 증가되는 사회 현실이다보니 그라운드혹 데이 같은 하루 단위 사건의 변화로는 사람들이 지루하게 느낄까봐 줄이고 줄여서 8분 단위로 해놓고 나머지 설정을 더한 듯한 느낌만 들었다. 그러한 와중에 테러범이 무슨 무슬림세력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심하면 그런 애들한테 딱지 붙여놓고 영화처럼 만드는 경향에서 이제는 벗어나는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무슨 ‘세계를 완전 개박살 내놓고 그 위에서 다시 짓자’라고 말하는 너드 스타일의 인간이 나오는 것도 딱히 말이 되지는 않는다.

별로 아는게 없으니까 막 늘어놓는데, 한마디로 줄이자면 제한조건을 8분으로 한정해 여러 개 섞지 않았더라면 긴장도 재미도 없었을 뭐 그런 영화가 아니였느냐는 것. 한 시간만 되어도 어디 가서 밥도 먹고 여자랑 농담도 더 하고… 이러다 보면 아무리 한 시간에 일어나는 사건을 짧게 줄여 보여준다고 결국은 긴장감을 잃었을 것이다.

간만에 영화본 기념으로 글이라도 써보려 했더니 너무 횡설수설하고 있어서 여기에서 줄여야 되겠다. 아, 그래도 미셸 모나한이 나와서 기뻤다는 이야기는 꼭 해야 되겠다. 정말 아무런 정보없이 보러 갔던 터라, 주인공이 정신차리고 바로 나오는데 눈이 @_@;; 알았다면 더 일찍 보러갔을텐데. 그래도 봤으니 다행이다.

 by bluexmas | 2011/05/27 00:05 | Movi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1/05/27 00:58 

문뜩 생각났는데.. 내일저녁의 시간은 어떠세요??

물론 안되실것 같지만…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5/27 07:58

저 내일 마라톤 뛰어서 오늘 일찍 들어와야 합니다…ㅠㅠ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1/05/27 08:18

아~

 Commented by  at 2011/05/27 04:35 

전 베라 파미가 연기에 감탄했어요- 눈알로 연기하눈구나 싶어서 ㅋㅋ

 Commented by settler at 2011/05/27 05:34 

미셀 모나한이 그 여자친구인가요? 예쁘던데요 좋아하는 타입의 얼굴이에요

각도 있고 뼈도 있는데 예쁜 얼굴.

전 후반 30분 봤답니다. 베라 파미가도 참 예뻐요.

그리고 제이크 질렌할은 급속으로 할리우드의 액션히어로 같아지던데요.

좀 다른 노선인 줄 알았었는데.

내용 파악 전혀 안 됐지만 재미 없어 보였는데 다들 재밌다고들 해서

나중에 한 번 더 보려구요.

 Commented at 2011/05/27 07: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유나네꼬 at 2011/05/27 12:49 

음 생각보다; 저 시스템을 설명하는데는 양자역학 밖에는 없지 않을까요?;

인간의 뇌활동을 100% 손실없이 전송하는 기술이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관찰이라는 행위 자체가 현상에 영향을 준다…라는 양자역학을 논할때 자주나오는 슈레딩거의 고양이 같은 상황도 보이고 말이죠.

화려한 이팩트나 신기한 장비등등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아래에 깔려있는 상상력은 철저하게 SF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아롱이 at 2011/05/27 14:25 

저는 그 양자역학 씬이 이론설명 보다는 그 과학자님하의 자아도취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중에 베라 파미가가 스위치를 눌러주는 근거 중의 하나로 보았습니다. 양자역학 따위! 는 저도 동감 ^^ 미셀 모나한도 베라 파미가도 둘 다 너무 예뻤어요!

 Commented at 2011/05/27 21:35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