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aveled
오늘 하루는 정확하게 반나절씩의 행복과 불안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별 이유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바로 막을 내렸고, 곧 불안의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 찾아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미친듯이 불안함을 느꼈다.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하는 불안함이었다. 수퍼에 들러 600원 짜리 느타리버섯을 사고 집에 들어와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는 다시 집을 나섰다. 짙게 깔린 불안의 어둠을 헤치고, 행복했던 반나절에 등록한 동사무소 지하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어둠을 헤치고 강가로 나가 집까지 또 달렸다. 저녁-그 600원 짜리 느타리버섯-을 먹고 십 분동안 졸다가 일어나서는 한참 동안 버리지 못했던 재활용쓰레기를 전부 들고 나가 버리고 또 강가를 산책했다. 물을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 추스려야만 했다.
가끔은 시덥잖은 농담도 주고 받으면서 일을 했던 사무실에서의 하루가 그리워질 때도 있다. 흘려보내지 못하는 것들은 자꾸만 쌓이니까. 그러나 선택에 애매모호한 중간이 남아 있는 시기는 오래 전에 떠나 보냈다.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다. 하나도 제대로 가질 수 없을지 모른다.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뻥 터지는 걱정은 터진 다음에 하면 된다. 어차피 터진 다음에는 걱정할 건덕지도 없다. 터졌으니까. 이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사느냐, 또는 그럴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나에게 허락된 것이 무엇인지, 그게 너무 궁금해 잠을 잘 수 없는 날들이 늘어만 간다.
# by bluexmas | 2011/05/18 00:03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