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안에서 잡담

집에 가는 길이다. 적지 않게 고통스러운 세 시간을 보내고 친구와 어떤 콘서트를 보러갔다. 두 사람 모두에게 취향이 아니었으나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부담은 적었다. 각자의 느낌을 드러내는데 지나치게 조심해야 되는 상황이면 피곤하다. 좋아하는 게 많이 겹쳐도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싫어하는 게 많이 겹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극과 극이 통한다는 말을 이런 때 써 먹어도 되는 걸까?

역시 콘서트는… 앉아 있는데 다리가 정말 너무 아팠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게 과연 사람들은 자신도 어떤 경우에는 있는지 또는 얼마나 깊은지 모르는 속까지 깊이 들어가는지, 그게 참 궁금했다. 술은 고사하고 차라도 한 잔 마시면 더 좋았을텐데, 다리가 너무 아파 바로 집으로 향했다. 신논현 역까지 번화가 뒤에 공공연한 비밀처럼 존재하고 있는 주택가 골목길만 골라서 걸었다. 같은 계절에 다른 이름을 붙이려고 목소리를 높여대는 사람들 때문에 평소보다 더 피곤할 때가 있다. 내일 하루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누워 새로 내려받은 전자책을 읽고 싶다. 그게 안 된다면 다만 반나절이라도.

 by bluexmas | 2011/05/14 22:24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