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스트레스
는 금요일이 금요일 같을 수 없을때 폭증한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거리를 걸어도 그 뒤로 깔리는 생각이 있었다. 내일과 내 일에 대한, 떨치지 못하는 생각. 오늘 나는 솜과 같았다. 눅눅하고 먼지 섞인 공기를 온몸으로 빨아들였다. 한 발짝 걸을 때마다 몸이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A를 하면서 B를 생각했고, B를 하면서 A를 생각했다. 몇몇가지 일에 회의를 느꼈다. 분명히 단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승점에 들어오니 마라톤을 뛴 것처럼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그래도 계속 움직였다. 강남에서 이태원에 들렀다가 다시 을지로를 찍고 홍대로 향했다. 지하철을 좀 길게 탔더라면 잤을텐데 자리가 없거나, 앉아도 세 정거장 이상을 가지 못했다. 물론 시내버스에서는 자는 게 불가능하다. 집에 오는 길에 탄 6712는 옷만 갈아입힌 광역버스라 기대어 잘 수는 있는 구조였지만, 겨우 네 정거장을 갈 뿐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오늘같은 날 오산으로 가야만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버스가 막 오는데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바쁜 일이 다 지나면 반드시 운동화를 한 켤레 사야 되겠다. 이대로는 도저히 걸어다닐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사막부츠는 사막을 위한 것이지 도시를 위한 것은 아닌가보다.
# by bluexmas | 2011/05/06 23:58 | Life | 트랙백 | 덧글(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