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지와 순대

알고 보면 같은 형식의 음식인 두 가지를 사실은 미친 듯이 좋아하는데, 그만큼 즐겨먹지는 못하고 있다. 소세지의 경우 온갖 첨가물의 압박이 장난 아닌데, 그 모든 걸 제끼고 아질산나트륨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도 MSG가 들지 않은 걸 찾기가 거의 불가능해왔다. OO햄이니 하는 학교 이름 붙은 것들도 때깔이 참 좋지만 뒤집어보면 마찬가지였다. 태생적으로 가공식품이니 사실 뭐 건강이니 이런 걸 따지기 보다 그 맛이 싫었다고나 할까. 최근에 모 회사에서 몇 가지를 안 넣었다는 가공육 라인이 나왔는데, 뒤집어 보면 MSG가 빠지지는 않았으며 첨가물들을 합쳐 첨가물을 만듦으로써 각각의 성분을 나열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을 역이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말하자면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것.

그런 와중에 MSG가 안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시도해본 소세지가 <손수>의 제품이었다. 대부분의 소세지에서 볼 수 있는 첨가물이며 이런저런 것들이 정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놀랍다(기억이 정확하게 나지 않지만 산도조절제는 들어있었는지도? 문제는 첨가유무라기 보다 그 종류일지도… 이건 다분히 “케바케-_-ㅋ”라고 생각한다). 맛은, 이런 식으로 묘사하기도 우습지만, 정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세지맛-(조미료+합성착향료).’ 지나치게 두드러지거나 날카롭지 않다고 할까? 메이스(mace, 육두구 껍질을 말린 향신료-이거 혹시 호신용 스프레이 주원료 아니었나?)와 마조람을 향신료로 쓴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맛은 그렇다고 쳐도 관건은 식감인데, 우리는 ‘XX뽀득’과 같이 뽀득거리거나 심지어 쫄깃한 종류의 소시지-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들도-를 선호하는 편이다. 결국 밀도가 높고 단단해야 된다는 건데, 이 소시지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사실 질이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식감일 확률이 높기도 하지만, 한 입에 끊기는 핫도그용 소시지로는 딱딱한 편이라는 것. 잠재력을 끝까지 끌어내려면 물 또는 맥주에 충분히 삶았다가 기름두른 팬에 껍질을 지지면 될 것 같은데, 이사를 위해 짐을 싸 둔 상태라 그럴 수 없었다. 결국 팬으로 구워 먹었는데, 익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고 속은 여전히 딱딱한 편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평가는 보류지만, 언급한 것처럼 미국식의 핫도그보다는 우리나라식 맥주 술안주로 소시지 야채 볶음이나 뭐 이런 것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팬케이크와 함께 아침용으로 먹어도 좋겠고. 물론 이 소세지 자체가 미국풍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것도 자명하다.

그 다음은 순대. 여전히 시장 또는 길거리 음식으로는 아이콘과 같은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옛날처럼 직접 만드는 집을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알 수 있다. 그런 순대는 이제 제대로 된 식당에서 적당한 돈을 주고 먹어야 한다(심지어 그런 식당들도 직접 만드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제보 받습니다-_-). 결국 어디에선가 납품받는 순대를 쓸텐데, 이걸 뒤집어 말하자면 이제 현실이 그러니 대량생산제품이라도 적당히 만들었으면 먹겠다는 얘기가 된다. 그 ‘적당한’ 수준은 소시지랑은 조금 달라서, 다른 쓸데없는 것만 안 넣었다면 MSG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다(현실과의 타협이라도 할 수 있다-_- 안 그러면 순대 먹는게 완전히 불가능하지 않나ㅠㅠ).

그래서 먹게 된 공장순대는… 공교롭게도 또 <손수>의 제품이었다-_- (협찬 받은 거 아닌데-_-) 사실은 이 순대를 소세지보다 먼저 발견했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시도해보았다. 사실 순대의 경우, 공장제품이라고 쳤을때 맛은 거기에서 거기지만 속재료에 따라 식감은 달라진다. 당면 위주면 매끈 또는 쫄깃하고, 쌀을 넣으면 질어진다. 물론 돼지피를 비롯한 다른 재료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내가 아는 수준에서는 거기까지다. 어쨌든, 이 순대는 대강 중간 정도의 식감을 지니고 있었고 맛은 딱히 거슬리지 않았다. 왠지 정확한 대량생산의 엄격함에 맞춰 조미료도 딱 정해진 양만 넣는 느낌이랄까. 이모님들처럼 그날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널뛰기 하는 게 아니라(물론 농담). 가격은 3~4천원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퍽퍽한 간을 같이 먹어 식감의 대조를 누리는 특혜를 누릴 수 없는 점이 아쉬워도 궁여지책 또는 비상식량으로는 전혀 손색이 없다.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중국산 당면이라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하다. 동네 이마트에는 다른 회사의 순대가 있던데, 그것도 멀쩡해보여서 조만간 시도해보려 한다.

이왕 순대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광장시장에서 그 유명한 “마약”김밥이라는 걸 먹어봤는데 근처에 널린 순대집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만든다고, 바로 그 마약김밥집의 주인 아주머니가 추천한 집이었다. 쌀을 넣어서 애들은 좋아하지 않더라고 덧붙였는데, 이는 순대가 질다는 것을 의미한다. 껍질은, 정확하게 어느 부위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이는 두께만큼 질기지는 않았다. 그래도 씹는 걸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수준. 그럭저럭 먹을만 했는데(사진의 한 접시=1인분, 6000원), 솔직히 말하자면 거기에서 만든 거라는 말은 믿지 않았다. 혼자 순대만 먹기는 그냥 그렇고, 둘이 한 접시 시켜서 소주 한 병이랑 전채처럼 먹고 다른 데로 가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먹고 근처 우래옥으로 가서 하다 못해 냉면이라도 먹으면 좋을 듯. 물론 근처에 오구반점도 있으나 거기는 이제 좀…

 by bluexmas | 2011/05/04 09:12 | Taste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at 2011/05/04 09: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1/05/04 10: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einon at 2011/05/04 10:13 

대부분의 유명 순대집도, 자체 공장 생산 라인을 가진 곳이 아닌 한 받아다 씁니다. 그리고 자체 공장 라인도 어차피 레시피가….;;;;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1/05/04 10:22 

제가 아는 선에선 용두동 골목의 [개성집]-‘어머니 대성집’ 근방-이 식감이 거친 자가제조 순대를 한다 들었습니다. 일산 백석역 근처 [모란각]의 순대도 쌀이 주로 들어갔는데, 구수하고 먹을만하더군요.

순대는 제대로 만드는 곳 찾기가 힘듭니다;;

 Commented by JyuRing at 2011/05/04 10:35 

…전 그래서 순대를 내장만 먹습니다!! (응?)

순대국이나 이런 류를 그닥 즐기지는 않는데..보라매 농심사옥 근처에 있는 서일순대국은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예요. 그런 내장에 담긴 순대는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 내장도 많이 나오긴 하는데…….

소시지같은 종류하면 프랑스있을 때 먹어본 부댕이나 살라미가 많이 생각나는데, 그쪽은 부드러운 식감을 더 선호하는 것 같긴 하더라구요. 근데 내장같은 건 아무래도 첨가제 안들어가면 유통이 어렵기도 한 것 같고..만들어 먹자니 힘들고…먹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아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1/05/04 10:48 

아~ 배고파효…ㅠㅠ;;

 Commented by 遊鉞 at 2011/05/04 13:14 

손수가 그럭저럭 순대게이지 채울때 무난하기는 하더라고요.

어릴때 살던 동네에 괜찮았던 순대집 다시 가봤다가 요즘은 조미료맛에 달달해진게 제 입맛이 바뀐건지 사람들 입맛이 바뀐건지 그집 방침이 바뀐건지 재료비 절감 때문인지 그냥 웁니다.

 Commented by SF_GIRL at 2011/05/04 22:01 

우왕 순대 먹고싶어요. 순대국도 좋은데 ‘ㅅ’

저런 컨벤셔널한 순대;; 말고 뭐더라 찹쌀순대인가 그건 하우스 제조 아닐까요?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1/05/05 04:11 

포스팅 보니까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생각나서.. 이탤리안 소시지 먹을 때나, 라자냐 먹을때 주로 감지하는 향신료가 있는데요, 도저히 뭔지 모르겠어서, 혹시 아실까해서 여쭙니다. 제 느낌으로는 너트멕 비슷한데, 뭐랄까 베이즐이나 일반 이탤리안 시즈닝류는 아니구요, 꼭 비슷한 건 아니지만, 너트멕이나 팔각같은 류쪽에 더 가까운건데요… 뭘까요? @_@;;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1/05/05 10:28 

사는 나와바리가 비슷하면 다음엔 신당동에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조를 겁니다.히힛.

 Commented by 불별 at 2011/05/06 00:54 

저 ‘손수’ 소세지에는 아질산나트륨도 안들었나요? 어딘가에서 아질산나트륨 안들어간 가공식품에서 독성 병원균이 번식해서 꽤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