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린 밤

혼자가 된 다음 광화문 언저리를 잠시 걸었다.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조급함 없이 밤거리를 걷는 건. 밤공기가 차가워서 진하고 밀도 높은 꽃향기가 그만큼 퍼져 나가지 못했다. 문득, 다가오는 계절이 아름다운 것과 그 아름다움을 질투하는 것 사이의 힘겨루기가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걷는 내내, 고개를 반쯤 숙였다. 똑바로 쳐들기에는 슬프고 푹 숙여 땅을 보기에는 기쁜, 오락가락한 밤이었다. 버스를 타고 최대한 집에 가까이 와서 택시를 탔다. 도로가 젖어있어 그 사이에 비가 온줄 알았으나, 아저씨는 도로 청소 때문이라고 했다. 왠지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택시비는 카드로 냈다.

 by bluexmas | 2011/05/03 02:17 | Lif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cleo at 2011/05/03 16:38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고..

어떤 아름다운 순간에는 늘 아련한 슬픔이 깃들여있는 거 같아요.

막차 놓치지 않으려고 서두를 일은 별로 없겠군요.

다행입니다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5/06 00:06

네 그날도 택시를 탔는데, 오면서 보니 버스를 조금 더 타고 왔어도 되겠더라구요ㅠ 택시비를 조금 더 쓴 셈입니다.

어쨌든 서울에 살고 있으니 다음에 오시면 보다 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가이드 해 드리겠습니다~

 Commented by settler at 2011/05/04 06:46 

광화문 참 좋아해요

텅 빈 거 같기도 하고 꽉 찬 거 같기도 해서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5/06 00:07

좋은데 그 빌어먹을 “광장” 덕분에 많이 망가졌어요. 비어야 할 때 찬 차야 될 때 빈 느낌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