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린 밤
혼자가 된 다음 광화문 언저리를 잠시 걸었다.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조급함 없이 밤거리를 걷는 건. 밤공기가 차가워서 진하고 밀도 높은 꽃향기가 그만큼 퍼져 나가지 못했다. 문득, 다가오는 계절이 아름다운 것과 그 아름다움을 질투하는 것 사이의 힘겨루기가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걷는 내내, 고개를 반쯤 숙였다. 똑바로 쳐들기에는 슬프고 푹 숙여 땅을 보기에는 기쁜, 오락가락한 밤이었다. 버스를 타고 최대한 집에 가까이 와서 택시를 탔다. 도로가 젖어있어 그 사이에 비가 온줄 알았으나, 아저씨는 도로 청소 때문이라고 했다. 왠지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택시비는 카드로 냈다.
# by bluexmas | 2011/05/03 02:17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