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파티세리 미쇼-털털한 패스트리
아는 동생을 따라 파티세리 미쇼에 갔다. 어떤 집인지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 했을 테니 나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옛날옛적에 파리에 갔을 때, 정말 그냥 아무데서나 아무 빵이나 먹어도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랑스에서 공부하러 온 학생이 있어서 그 얘기를 했더니, 그거 다 같은 공장에서 올지도 모른다고… 그럼 공장빵마저도 우월한 걸까? 어쨌든 바게트와 아몬드 크로아상, 초콜렛 에클레어와 오페라를 주문했다.
바게트는 크러스트에 비해 속살이 촘촘하고 밀도가 높았다. 이것보다 좀 크게 만들면 어땠을까 싶었는데, 역시 누군가와 같이 가면 사람에 집중하지 음식에는 덜 집중하게 돼서… 다음에 다시 가서 사다 먹어야 될 것 같다.
아몬드 크로아상(4천원대). 여기에서 먹은 게 아니라, 그냥 크로아상에 크림이나 페이스트 같은 속을 넣는 의미가 무엇인가 생각을 좀 했다. 크로아상 특유의 바삭함, 결대로 흩어지는 느낌이 죽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뭐 클래식에 반기를 들어 무엇하겠냐만… 풍부하지만 무겁지 않고 균형이 잘 잡힌 맛이었다.
초콜렛 에클레어(얼마였더라?). 들었을 때 예상보다 두 배는 묵직해서 깜짝 놀랐다. 작년 이맘때 여의도의 모 빵집(이름은 언급하지 않겠다. 이 집 이름 잘못 언급했다가 두려운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다고 하길래…)에서 에클레어를 사 먹었는데, 정말 그 두 배는 되는 느낌. 흔히들 리치몬드의 슈크림을 ‘갑’으로 꼽는데, 물론 에클레어라고 쳐도 그거 양싸개기를 열댓 번은 때릴만한 정도였다. 크로아상의 아몬드 페이스트(마지판?)도 그렇지만, 점도(또는 농도 consistency)가 훌륭했다. 살짝 꿀럭거리는 식감을 타고 진하지만 깔끔한 초콜렛맛이 흐른다.
마지막으로 오페라(7,500원). 한 7~800미터 걸으면 있는 그 멋진 빵집의 오페라-사진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와 이 오페라는, 과장을 좀 보태자면 다른 은하계 출신인 것 같다. 이 오페라의 칭찬이 아니라, 저 오페라의 비난이다. 그렇다고 이 오페라가 그저 그랬느냐면, 그건 절대 아니었다. 워낙 금박을 싫어하는 터라 그건 좀 빼줬으면 좋겠지만, 균형이 좋았다. 바게트를 빼고, 나머지 패스트리 및 케이크 종류는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풍부하지만 무겁지 않고, 단맛의 균형이 아주 잘 맞았다. 언제나 이런 걸 먹으면 다 먹고 난 다음에 시큼한 뒷맛이 남지 않는지를 보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당연히 없어야 하겠지만).
사진에서 느꼈을 수도 있지만, 이곳의 빵이며 케이크들은 기본적으로 참 털털하다. 먹지 않은 다른 것들도 그렇다. 기본기는 탄탄하지만, 쓸데없는 멋-금박 빼고!-을 부리지 않았다. 그것조차도 의도적이라기보다 그냥 사람이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맛도 좋고 고난이도의 테크닉도 보여주면 좋은데, 오페라가 천 겹인데 맛 없는 것보다 셀 수 있는데 맛있는 편이 훨씬 더 낫다. 먹고 나오면서, 뜬금없게도 레스쁘아의 음식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은 정말 좋았지만 빵-이건 납품이니까 그렇다고 치고-이나 디저트가 별로였는데, 레스쁘아의 음식이 조금 더 정제된 느낌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통하는 것이 있어 보였다. 두 집이 같은 동네에 있어서 한꺼번에 먹으면 아주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바게트만 먹어봐서 그렇지만, 발효빵보다 케이크쪽에 더 강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태원, 빵, 케이크, 파티세리미쇼, 바게트, 크로아상, 에클레어, 오페라
# by bluexmas | 2011/05/02 10:16 | Taste | 트랙백 | 덧글(14)
가격대가 다소 높다고 생각해 발길이 가지않는데..납득할만한 가격인가보죠?
오페라가 괜찮다는 얘길 듣고 속으로 ‘오페라 오페라’ 노래를 하며;ㅅ; 갔다가
오페라’만’없어서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린 곳인데, 다시 가보려고요.
아몬드크로와상도 먹어보긴 할텐데, 가격은 역시 좀 쎄요!!!!!
기본을 익히고 맛을 좀 더 끌어올리고 데코를 익히거나 자기스타일을 찾아내고 마지막이 레서피를 창작해내는게 바람직한 파티쉐가 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뭐 이 단계까지 오면 금벨트 차야겠죠?ㅋㅋ
여기는 사진으로 봤을때나 메뉴 구성으
로 봤을때 기본에 충실한 곳 같아서 맘에 들어요. 가서 가지가지 다 먹어봐야겠어요!
자세한 소개와 비평 감사^^
아몬드 크로아상의 경우는, 일부러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팔다 남은 크로아상에 아몬드 크림을 넣거나 올리는 방식으로 맛을 더하여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동네빵집의 국진이빵 같은, 일종의 재활용빵이랄까요? 그런데 이게 또 묘하게 맛있어서 ‘아몬드 크로아상 잘하는 집’처럼 매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아이템이었는데 최근에는 여기저기 판매하는 곳들이 생겨나더군요.
늘 예리한 리뷰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패션() 오페라를 언급하시면서 위에 나빠쥬가 올라가 있지 않은 것을 비판하셨던 것 같은데, 미쇼의 오페라도 나빠쥬는 생략한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