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사건과 호텔 한식당의 오류
최근에 신라호텔 한복사건이 터지고 나서, 몇몇 신문에서 비슷한 기사를 실었다. 한복도 그렇지만 한식도 천대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식당을 유치하고 있는 호텔이 네 군데밖에 없어서, 묵는 외국인들에 한식을 대접하려고 해도 어렵다는 것. 거기에 정부가 특급호텔의 심사기준에 한식당에 대한 부분을 강화해서, 한식당의 유치를 적극 “권장”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물론, 조리가 어렵고 어쩌구 해서 한식당을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는 일종의 체면치레처럼 달아놓았다. 대강 검색해도 세 군데에서 기사가 올라온 것을 찾아볼 수 있는데, 셋 모두 너무나 똑같은 구성과 내용이라서 한 사람이 쓴 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이 천편일률적인 기사가 일종의 논리적인 오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일단 한복사건과 한식당의 부재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냥 신라호텔에서 판단착오로 바보짓을 한 것이고, 다른 호텔에서 일어나는 한식당의 홀대와는 상관이 없다. 설사 한식당을 홀대한다고 치자. 아니 사실은 홀대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사업을 하는 사람이 수익이 나지 않는 걸 해야 될 이유가 있나? 내가 가게를 하는데, 안 팔리는 물건을 잔뜩 쌓아놓고, ‘돈이 벌리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져다 놓는다’와 같은 드립을 쳐봐야 그건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무능함이나 우유부단함을 강조하는 짓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호텔편을 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업의 속성이 궁극적으로는 그런 것 아닐까? 물론 호텔편 같은 것 들 이유도 없다. 무궁화에서 11만 3천5백원짜리 피박쓰고 온 사람이 잘도 호텔편을 들겠는가?
거기에다가 한식당을 잘 꾸려서 흥한다는 예로 든 것이 무궁화라니, 그것도 참으로 어이가 없다. 조리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무궁화의 음식은 딱히 한식이라고 말하기도 뭐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또한, 우리가 한식의 현대화 또는 세계화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가를 보여주는 아주 단적인 예였다고 생각한다. 길게 늘어놓으면 끝도 없겠지만, 아주아주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한식의 세계화는 둘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원형이라고 믿는 걸 그대로 고수해서 내거나, 아니면 완전히 현대적이고 서양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양극의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이다. 수많은 중간단계는 불가능하다기 보다, 극단의 방법론보다 더 말아먹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하는 것이다. 어쨌든, 전자는 이미 많은 측면에서 글러먹었다고 생각되니 후자를 선택해야 되는데, 백이면 백, 한식의 현대화라는 것이 원래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을 별 다른 고민도 없이 코스화해서 하나씩, 그것도 한 입 정도 되는 양으로 내놓음으로 이루어진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무슨 연어와 풀을 병에 담아 파는 샐러드 드레싱에 무쳐서 내놓고 그게 한식의 현대화 또는 세계화의 완성된 형태라고 믿는다. 슬프기 짝이 없다. 물론 하나의 예일 뿐이니 다수의 반응이라고 확대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외국계 회사를 다니는 후배로부터 무궁화는 외국 손님 접대용 식당으로 고려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왜? 맛이 없으니까.
한식의 세계화야 뭐 그렇고 그런 문제니까 그렇다고 쳐도, 나는 솔직히 이 한복사건과 특급호텔의 한식당 문제를 어떻게 엮을 수 있는지, 그게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것이 논리의 오류가 아니라면 또 뭐가 그럴까.
아, 한식당이 있다는 다른 호텔의 음식사진을 찾아보았는데, 그것 또한…
# by bluexmas | 2011/04/28 09:28 | Taste | 트랙백 | 덧글(12)
정말 한식의 세계화를 논하기 이전에 정의를 정확하게 하고 퀄리티를 올리는 일이 션결되야 하지 않나 싶네요.
물이 찍 나오는 두릅은 정말이지..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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