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환
살아났다. 어젯밤 침대에 몸을 눕혔을때, 과연 오늘 아침엔 어떤 컨디션일지 궁금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아침 컨디션은 어땠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후까지 잤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아주 깊이 잤다.
꿈을 꾸었다. 문자를 보내는 꿈이었다. 현실에서도 꿈과 똑같이 문자를 보냈다. 정리를 하기 싫어서 인터넷으로 가스레인지를 뒤져봤는데 다들 스왈로프스키 크리스탈 같은 걸 주렁주렁 달고 있어서 기가 막혔다. 거기에 들어가는 단가는 얼마일까? 게다가 2구면 2구, 4구면 4구지 왜 3구인지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보기에도 안 좋고 뭔가 올려놓기에도 좀… 그보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을 깨달았는데, 내가 사려던 오븐이 빌트인이었다-_- 싱크대에는 도저히 자리가 없으니 살 수 없는데다가, 찾아서 수입업체에 전화를 걸어봤더니 여자가 받아서 재고가 없다고 말하는데 불친절했다. 결국 그보다 가격이 몇 배는 비싼 오븐을 찾아서 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남자가 받았는데 친절한데다가 거기 올라있는 가격보다 말도 안되게 할인해준다고 이야기를 했다. 생각을 좀 해보기로 했다. 차는 없지만 오븐은 비싼 거 사는 남자가 될 판이다. 식기세척기도 100%빌트인인데 어찌해야될지 잘 모르겠다.
달리기를 할 겸 나가서 전자랜드와 하이마트에 들러 가스레인지를 보았는데, 인터넷에서 본 것보다 가격이 훨씬 더 비쌌다. 얘기를 했더니 부품이 다르고… 하는 참 믿기 어려울 뿐더러 케케묵은 이야기를 했다. 엘지 대리점에도 들러봤는데, 정말 냉장고 디자인은 기도 안 막혔다. 가전제품마저 유행을 타는 디자인이라니, 정말 어쩌면 좋을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 조차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분명이 윗사람들이 시켜서 그렇게 디자인하겠지? 그런데, 그런 게 유행일거라는 정보는 누가 줄까? 그건 아무래도 외주업체가 할 것 같은데 으음…
잠시 트위터를 들여다보다가 세상이 참 좁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일을 계속해서 하는 한 마주치게 될 일이 꼭 있을 것 같은데, 그때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잠깐 생각했다. 역시 우리나라에서 살면 박진감이 넘친다. 주변에서 하도 먹고 맛없다고나 쓰는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내일은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맛있게 먹은 것에 대한 찬사를 좀 늘어놓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시간만 있으면 꼭 하고야 말겠다. 나는 알고 보면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는 사람인데. 무슨 맛없는 음식을 눈에 불 켜고 찾아다니는 한 마리의 하이에나도 아니고.
# by bluexmas | 2011/04/15 00:00 | Life | 트랙백 | 덧글(8)
전 간만에 태산에서 즐겼습니다. 그 정도만 내놓으면 전 불만없습니다~
한국은 어느 판을 가나 미친듯이 좁지요. 정말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