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잡담
이번 달에는 두 편인데, 하나를 방금 끝내고 일종의 해장 글쓰기용 잡담. 아예 아침 먹고 자려고 밥 안쳐놓고 기다리는 중. 어제는 부업을 마치고 온갖 것들을 닥치는 대로 먹고 그대로 뻗어버렸다. 그래도 양치질은 했으니 다행.
1. 글과 생각
아이고 제목이 너무 거창한데;;; 하려는 이야기는 뭐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다. 뭐 나야 경력 일천한 인간이라 내세울만한 비결이나 뭐 그런 건 없는데, 글 하나를 쓰는데 시간이 많아서 계속 쓰면서 고칠 수 있으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건축을 할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머릿속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생각을 굴리고 다듬고 있어봐야 소용없을 때가 많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꺼내서 살펴보는 편이 더 낫다. 생각만 하는 것과 그 생각을 어떠한 매체로든 물질화시키는 것은 단 한 단계 차이인 것 같아도 사실 그 간극이 굉장히 크다. 무엇보다 게으름과 두려움을 극복해야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때로 게을러서 단계를 못 넘어가는 것은 괜찮다.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해둔다면 최선의 경우 컴퓨터 앞에 앉았을때 그대로 물질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두려움이 그야말로 더 두렵다. 내놓기가 두려워서 망설이게 된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그 두 단계 사이에서 서성거리게 된다. 그 두려움이 게으름과 맞물리면? 원고료를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게으름이야 이길 수 있다고 쳐도, 두려움은 이런 일을 한다면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것이다. 그걸 받아들인다면 어떻게든 그 두려움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쓸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야 한다.
요즘은 생각을 안, 또는 못하는 건 아닌데 너무 잡다하게 다른 생각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한 가지를 차분하게 정리하기가 너무 어렵다. 식기세척기, 오븐, 작업대, 가스, 인터넷, 스테이크, 또 뭐가 있냐… 자질구레한 아이디어는 오래 전에 잡아 놓았는데 그걸 묶어줄 큰 틀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해 결국 밤을 새웠다는 이야기다. 어른이 조언을 해 주셨는데 그걸 반영하려다 보니 조금 더 어려웠다. 결과는 반반 정도의 만족이랄까. 잘 안 써지면 또 두려움이 목구멍 가득 차오른다. 그때는 나를 살살 구슬리는 수 밖에 없다. 괜찮을 거야 뭐 이런. 아니면 안 죽어 랄지.
2. 이해와 노력
아 뭐 이것도 너무 거창한 느낌을 주는데;; 일하다가 갑자기, 나도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너무 안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다 괜찮은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계속 대하지만 속으로는 아예 닫아버린다. 굳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 없다고 자꾸 생각하게 된다. 물론 모든 사람을 다 이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더 노력을 해야하는 건 아닐까. 뭐 이해라는 과정이 give and take라서 내가 이해받으려면 남도 더 이해해야지, 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단지 과정만을 놓고 보았을때 내가 너무 노력을 안해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르고 따라서… 아이고 머리야 >_< 미안해요, 미안하다구.
3. 가족
내가 어떤 가정에서 자랐는지, 스스로 그 분위기를 이야기할 필요가 사실은 없다. 말하지 않아도 내 스스로 그 분위기를 풍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기 가족이 얼마나 화목한지에 대해 늘 강조하는 사람의 말은 믿기가 어렵다. 풍기는 분위기가, 행동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그런 척 하거나, 아니면 그렇게 환상에 빠져 살거나. 전자보다 후자가 더 무섭다. 전자는 자기가 그렇다는 걸 아는데, 후자는 그렇지 않고 또 못하니까. 같은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도 느끼는 정도가 극과 극인 경우도 있던데 그건 뭐 말할 필요도 없고. 가족이니까,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니까 화목하게 지내도록 노력해야 덜 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을테고. 나는 어떤 부류에 속하더라?
그리고, 우리나라라는 환경 자체가 가족이 화목하기 어렵지 않나? 음주가무하기 이토록 좋은 환경에서… 우리나라 돌아오고 2년 동안 미국에서 8년 살면서 마셨던 술 다 마신 것 같다.
밥이 다 된 모양이다. 얼른 쑤셔넣고 자야 일어나서 또 다음 일을…
# by bluexmas | 2011/04/12 06:03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