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건 세 장
어제 파주까지 차를 몰았다. 아울렛 취재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도 가장 많이 간 곳이 아울렛 포함 각종 몰이고 여주 첼시도 갔다왔지만, 아무래도 확인사살을 해야할 것 같았다. 물론 겸사겸사 바람을 좀 쐬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나이랍시고 몇 살 더 먹으니 적당히 일정을 나눠서 아주 바쁠 때도 잠깐씩 노는 시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고, 그 시간동안 마음 불편하지 않는 법을 100에 30정도 배웠달까. 70정도만 되면 잠도 잘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그 말로만 듣던 자유로는 썩 신나는 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임펠리테리니 하는 고등시절 많이 듣던 것들을 들으면서 잠깐 기분 전환을 했다. 아울렛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는데, 한바퀴 그냥 돌기만 하는데도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몇 군데의 매장에 들어가보기도 했지만, 3분 이상 머무른 곳이 없었다. 코치 매장에서 내가 3~4년 전 생일에 샀던 나일론 토트백을 발견하고 괜히 반가워했다. 그 가방 정말 괜찮다. 미국에서 325달러쯤 준 것으로 기억하니 세금포함한 가격을 생각했을때 45만원 정도면 거의 똑같다.
그렇게 한바퀴 돌면서 필요한 사진들을 좀 찍고 등산용품을 파는 매장에서 생각이 나 잠깐 동안 찾다가 어딘가에서 사진의 두건들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머리가 길다보니 달리기나 집안일을 할 때 불편한데, 모자 대신 쓸만한 걸 찾기가 어려웠다. 가격도 그만하면 만만해서 색깔별로 다 샀다. 님만 얼른 보고 오려했는데 뽕도 딴 셈. 저녁때 쓰고 나가서 달려보니 괜찮았다.
파주출판도시가 아울렛 바로 밑이라 들를까 생각했으나, 해가 지기 전에 타임스퀘어에 가서 사진을 다시 찍어야만 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홍대에 차를 놓고 영등포까지 잰걸음으로 갔다와서 몸으로는 기계적인 일을, 입으로는 말을 하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부업 나가기 전에 이사갈 집에 들러야만 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마감이 있고, 이사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좀 아득하다. 요즘 풋마늘대가 맛있어서 일 마치고 오는 길에 돼지목살이랑 사다가 느긋하게 맥주 한 잔 마시면서 먹고 싶은데,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내일은 일하는 것 말고 말을 할 상황에 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마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아득한거지.
# by bluexmas | 2011/04/10 00:44 | Life | 트랙백 | 덧글(10)
두건 득템도 있고, 이사는 정말 끔찍하지만, 풋마늘은 정말 맛있더라구요. 위안이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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