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커피의 시간
밤새 열심히 잤다. 낮에도 열심히 잤다. 지난 사흘 동안 거의 대부분의 시간에 스위치를 내려놓고 있었다. 돈과 시간을 생각해보았을때 자는 것 말고는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3월은 너무 허무하게 지나갔다. 부업일정이 좀 한가로와져서 다만 며칠이라도 남쪽으로 여행도 가고, 그러면서 머릿속에 몇 달 동안 묵은 것도 끄집어 내고 싶다고 2월말에는 그렇게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막상 3월이 펼쳐지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별 사건사고없이 넘어간 것만으로 다행인 듯. 이사가 2주일 안으로 다가왔는데 사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어쩌면 좋냐. 내일부터 하면 되겠지 뭐.
날씨가 괜찮아 보이는데 부업 끝나고 <백송>에 가서 설렁탕 한 그릇 먹고 강가에나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달의 부업 일정은 어떻게 될까… 솔직히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지. 나이가 먹을 수록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을 정말 어쩔 수 없이 자주 쓰게 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자꾸 늘어난다. 얽히고 섥히는 것들이 많아서 그렇다. 맥락이 갈수록 복잡해진다. 사실은 운전도 하기 싫고 버스 타기도 싫다. 다뤄야 할 딜레마가 늘어나는 것도 나이를 먹는다는 반증이다. 다 싫지만 2주 밖에 안 남았으므로 참는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다들 언제나 ‘조금만 참으면 된다’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산다. 그러나 그걸 넘기면 그 뒤에 다른 참아야 할 것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또한 다들 잘 알고 있다. 삶의 거대한 농담들 가운데 진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차라리 울면 속이 시원해질 때도 있지 않나. 목 놓아 울어버려요 그냥. 참지 말고. 참아 봐야 아무런 소용 없다니까. 그냥 속는 것일 뿐.
사실은 닳는게 문제다. 죽거나 망하지 않아도 닳는게 문제라고.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은 것 같은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냉철하게 대차대조표를 작성해서 그런 순간이 아닌 순간보다 많으면 안타깝게도 불행한 거다. 물론 해결방안은 나도 모른다. 그래도 그냥 일단은 꾸역꾸역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뿐. 그런데 말해놓고 나니 그건 해결방안이 아니다. 그냥 열등한 대처방안의 하나일 뿐. 알면 뭐 이러고 있겠냐만…
사진은 지랄같이 초점이 맞지 않았다.
# by bluexmas | 2011/04/03 09:19 | Life | 트랙백 | 덧글(18)
뭐든지 참고 견뎌야 하는것이 절대불변의 원칙처럼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럴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곤 하더라구요.
참지 마세요 제길.